우크라 영부인 서한 “러 특수작전은 민간인 대량학살”

입력 2022-03-09 17:49 수정 2022-03-09 21:07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언론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출처 젤렌스카 여사 SNS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 언론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는 여기서 러시아군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20여명의 아이들 중 3명의 이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수많은 언론 문의에 답하기 위해 공개서한을 작성했다며 2페이지 분량 약 1000자 정도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는 서한에 대한 설명의 글도 함께 올렸는데, 여기엔 알리스, 폴리냐, 아르시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이었다.

젤렌스카 여사는 “러시아가 민간인들과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나는 이 살해된 아이들의 이름을 먼저 부른다”며 “이번 침공에서 가장 무섭고 참담한 건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지키려 애썼는데도 사망한 8살 알리사, 포격으로 부모와 함께 키이우에서 목숨을 잃은 폴리냐, 집중 포화로 구급차가 접근하지 못해 결국 머리 부상으로 사망한 14살 아르시니까지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러시아 크렘린궁이 지원하는 선전 매체들이 ‘특수 작전’이라 표현하지만, 실상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대량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군이 벌인 전쟁이 여성과 어린이 등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 여성들과 아이들은 지하 방공호에서 살고 있다”며 “전쟁 중 태어난 신생아의 첫 시선은 지하실 콘트리트 천장이었고, 그들의 첫 숨은 지하의 매서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보안상 이유로 젤렌스카 여사와 그 자녀들의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젤렌스카 여사는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인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자신의 자리에서 전쟁 참상을 알리고 있다.

그는 “우리의 길에는 피란민들로 가득 차 있다”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알던 이전의 삶을 뒤로 한 채 떠나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눈을 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을 국경으로 데려간 남성들은 가족과 이별하는 것에 눈물을 흘렸지만, 자유를 위해 싸우려고 용감하게 돌아왔다. 결국 이 모든 공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