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가 32년 만에 러시아에서의 영업 중단을 선언하자 러시아인들은 맥도날드 매장 앞에 줄을 늘어섰다. 언제 다시 살 수 있을지 모르는 햄버거를 사기 위해서다.
9일 SNS와 해외 커뮤니티에는 러시아 내 맥도날드 매장 앞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올라왔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 앞에도 햄버거를 구매하기 위한 차량 행렬이 늘어섰다. 드라이브 스루 대기 행렬은 무려 800m에 이르렀고, 줄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시민들이 매장 앞 길게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 등도 공개됐다.
온라인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가 5만 루블(약 43만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전날 맥도날드는 스타벅스, 코카콜라 등 세계 유명 기업들의 ‘러시아 보이콧’ 움직임에 동참, 러시아 내 영업중단 방침을 밝혔다.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운영을 계속해왔으나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이같이 대응했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과 가맹점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러시아 내 850개 점포에서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며 “맥도날드는 상황을 계속 평가해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전화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에서도 100여개 매장의 문을 잠정적으로 닫는다.
1990년 러시아(당시 소련)에 진출한 맥도날드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애정은 매우 크다. 소련 개방의 상징으로 꼽히기도 한다. 맥도날드가 모스크바 푸쉬킨광장에 첫 매장을 열었을 때, 약 3만8000명의 소련인이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빅맥을 맛보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앞서 피자헛과 KFC, 타코벨 등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의 외식 업체 얌 브랜즈도 러시아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포하며 대러 경제제재에 동참했다.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한 주요 기업들은 자동차(포드·폭스바겐·토요타), 항공(보잉·에어버스), 컨설팅(액센추어·맥킨지·보스톤컨설팅·딜로이트·KPMG·PwC), 에너지(BP·엑슨모빌·셸), 소비재(디자이오·나이키·이케아), 금융업체(비자·마스터카드·아메리카익스프레스·페이팔), 정보기술(애플·구글), OTT(넷플릭스) 업체 등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