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생물학 연구시설 점령 가능성을 우려했다. 핵전쟁까지 언급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세균전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8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우크라이나에 생물학 연구시설이 많다. 러시아군이 이 시설들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생물학 연구시설로) 접근하면 연구 자료 유출을 어떻게 저지할지를 놓고 우크라이나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 6일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군사 목적으로 생물학을 연구한 흔적을 폐기하려 했다는 증거를 우리 군에서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내 연구소에서 미국 정부의 자금으로 진행된 흑사병 탄저병 등의 연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눌런드 차관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 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실제 배후는 러시아일 것”이라며 “스스로의 계획을 다른 주체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러시아의 전통적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의 개입을 경계하는 엄포 중 하나로 핵전쟁 카드까지 꺼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높은 세균전 가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러시아 정부는 핵 위기론에 대해 “서방 세계가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3일 자국 국영방송에 생중계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핵 위기론을 제기하는 국가를 “러시아가 아닌 서방 국가들과 우크라이나”라고 지목하면서 “서방 세계의 히스테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핵 위기론을 일으킨 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7일 핵무기를 다루는 전략부대에 비상 전투태세를 명령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