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9일 전국 투표소에는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국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120세가 넘은 고령의 어르신부터 첫 투표를 치르는 고3 학생까지 유권자들의 연령도 전보다 더욱 다양해졌다.
경기지역 유권자 가운데 최고령자인 A씨(121·여)도 이날 대통령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1900년생인 A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가족들의 손을 잡고 걸어서 평택시 신평동 합정초 체육관에 마련된 제3투표소를 찾아와 투표했다.
A씨는 신분증을 확인한 뒤 투표 용지를 받아 기표한 후 투표함에 넣었다. 투표사무원은 “처음엔 명부가 잘못된 게 아닌가 착각했다. 정말로 놀랐다”고 말했다.
생애 첫 선거를 치르는 고3 학생들은 자신의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것에 대해 감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모님과 함께 이날 오후 대전 둔산1동 2투표소를 찾은 대전외고 3학년 김수민(19)양은 “예전에 다녔던 학교에서 투표를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투표 절차가 생각보다 간단히 끝났다. 첫 선거라서 더욱 특별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투표소에서의 크고 작은 소란도 이어졌다. 오전 8시23분쯤 제주시 외도동 제3투표소 앞에서 술에 취한 한 남성이 사퇴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뽑으라고 외치며 소란을 피웠다. 해당 남성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자리를 떠났다.
이에 앞선 오전 6시55분쯤에는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의 한 투표소에서 또 다른 유권자가 기표 도장이 잘 찍히지 않는다며 선거사무원을 상대로 소란을 피우는 일도 발생했다.
대구에서는 한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를 벗어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오전 6시30분쯤 대구 남구 대명동 명덕새마을금고 투표소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남성이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를 벗어났다.
해당 남성은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 후 현장 선거관리원에게 교환을 요구하다 거절 당하자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60대 남성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정확한 나이, 성별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투표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투표소 주변 CCTV 등을 확인했다. 투표가 끝난 후 투표소 내부 CCTV를 확인해 A씨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소와 투표용지에 대한 불만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 6시12분쯤 부산 북구 화명1동 제4투표소에서는 한 60대 유권자가 투표소 천장에 뚫린 구멍에 카메라가 설치된 것 아니냐고 항의해 선거 관리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상황은 경찰 입회하에 해당 부분을 테이프로 막으면서 마무리됐다.
약 1시간 뒤인 오전 7시25쯤에는 대전 한밭중 투표소에서 40대 후반의 부부가 “투표용지가 이상하다”며 동영상을 촬영해 참관인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경북 예천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도 투표를 한 것으로 처리가 된 사건이 발생했다.
누나와 함께 남부초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 B씨는 이날 오전 투표 절차를 진행하던 중 자신이 투표를 한 것으로 처리된 것을 확인했다. 누군가 그의 투표자 명단 서명란에 이름을 대신 기입한 것이다.
B씨와 누나가 문제를 제기하자 선관위 관계자들이 확인,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B씨는 기존에 적힌 이름에 줄을 긋고 다시 본인의 이름을 적은 뒤 투표를 진행했다. 이들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투표 인증 절차를 진행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B씨는 경찰과 선관위 대처에 불만을 나타냈다. 경찰과 선관위 관계자에게 같이 문제의 서명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은 투표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알고보니 투표장의 선관위 관계자가 요청하면 경찰도 투표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며 “선관위 관계자에게도 같이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자신이 확인했다며 역시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경찰이 필적 조사 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름이 같아 일어난 실수인지 의도적인 행위인지 등을 조사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전국종합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