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투표용지에 사퇴한 후보를 알리는 별도 표시가 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4~5일 사전투표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이름 옆에 검은색으로 ‘사퇴’ 표기가 됐던 것과 달리 본투표에서는 벽보를 통해 후보자 사퇴를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두 후보의 사퇴 여부가 투표용지에 표기돼 있지 않아 혼란스러웠다는 후기가 여럿 올라왔다. “인쇄가 잘못된 용지를 받은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유권자부터 “안철수 사퇴한 게 아니었느냐”고 의아해하는 이들까지 여러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투표소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의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2동 투표소에서는 한 유권자가 이미 사퇴한 후보에게 기표를 했다가 투표지 재교부를 요구하며 소란을 피우는 일이 일어났다. 그는 투표관리인이 투표지 재교부를 거부하자 결국 기표한 선거용지를 찢어 훼손한 뒤 투표소를 퇴장했다.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 때는 투표용지에 사퇴를 알리는 표기가 돼 있지 않다. 사전투표 때는 투표용지를 현장에서 즉석 출력하지만, 본투표 때는 미리 준비된 투표용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안 대표와 김 대표가 투표용지 인쇄일 전에 사퇴했다면 기표란에 ‘사퇴’라는 글자가 붉은색으로 인쇄돼 무효표 발생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본투표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된 28일 이후에 사퇴했다. 안 대표는 지난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를 선언했고, 김 대표는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발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에 사퇴 표기를 못한 대신 투표소 곳곳에 사퇴 후보 안내문을 부착해 공지하고 있다. 외벽에 현수막을 통해 두 사람의 사퇴를 알리고, 유권자들의 혼돈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표소 내부에도 안내문을 붙였다.
사퇴한 안 대표나 김 대표를 찍은 표는 물론, 사퇴한 후보와 다른 후보 등 두 명을 함께 찍은 표 등은 모두 무효표 처리가 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