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투표 하셨는데요?” 투표지 못 받고 돌아간 유권자

입력 2022-03-09 14:52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경기 오산시의 한 투표소에 투표를 하러 간 유권자가 이미 투표를 한 것으로 처리 돼 있어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다른 투표소에 갔어야 할 동명이인이 먼저 왔을 가능성 등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9일 오전 8시30분쯤 오산시 중앙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중앙동 제2투표소에 도착한 A씨는 수기로 작성하게 돼 있는 선거인명부에 서명하려다가 사무원으로부터 “이미 투표한 걸로 돼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선거인명부 서명란에는 ‘가 란’과 ‘나 란’이 있다.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의 경우 ‘가 란’에 사전투표를 했다는 내용이 적힌다. 본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공란으로 돼 있는 ‘가 란’에 이름을 적고 투표지를 받는다.

A씨의 경우 선거인명부 ‘가 란’에 이미 그의 이름이 쓰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오기 전 이미 누군가가 투표소에 방문해 A씨 몫의 투표지가 배부된 것이다.

투표사무원들은 오전 8시49분쯤 선관위 직원들이 함께 있는 SNS 대화방에 이 같은 상황을 알렸고 선관위 측은 “한 명에게 두 장의 투표지가 배부돼선 안 된다”며 투표지를 배부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A씨는 이에 “회사 출근 전에 꼭 투표하고 싶어 들렀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냐”며 항의한 후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선관위 측은 23분뒤 투표소 관리관에게 전화를 해 “일단 투표용지를 주고 투표하게 하라”며 조치사항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이미 투표소를 떠난 상태였다.

해당 투표소의 한 사무원은 “우리 투표소에 A씨의 동명이인은 없었고 담당자들이 생년월일과 신분증도 철저하게 확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중에 있다”며 “이름이 비슷한 사람이 서명했거나, 다른 투표소의 동명이인이 했을 가능성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투표소에서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도 확인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이중 투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투표지를 배부하고 투표하게 하는 것이 원칙은 아니다. 상황이 정확하게 확인돼야 A씨가 투표를 할 수 있을지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