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하자 뉴욕 증권시장에서 탈탄소를 표방하는 대체 에너지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주가는 현재의 실적과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다. 각국의 엇갈린 정책으로 지지부진한 탈탄소 기조에서 대체 에너지 기업 상당수가 적자에 시달리거나 부진한 실적을 쌓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촉발된 원유 수급난이 대체 에너지를 찾는 움직임에 힘을 실었고 친환경 관련주의 상승을 끌어냈다. 무역 장벽과 자원 무기화가 친환경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반세계화의 역설이 9일(한국시간) 마감된 뉴욕증시에 나타났다.
1. 미국,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 금수 조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에 보조금을 대지 않겠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선언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탄도 미국의 금수 항목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서 화석 연료를 수입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민간 자본을 통한 투자도 금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금융 제재에 이어 시행될 원유 금수 조치가 러시아에 강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살인의 길을 계속 가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푸틴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도시 하나를 점령할 수 있지만 나라 전체를 장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대해 “미국의 독자적 행동”이라며 “동맹국의 불참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미국의 원유 수급난을 부담으로 예상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하는 목표를 놓고서는 단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해 원유 수입에서 러시아산 비중은 휘발유·디젤 생산에 필요한 석유제품을 합해 8%로, 67만2000배럴에 달한다. 미국 전체 원유 소비의 6% 수준이다. 미국의 원유 금수 조치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30달러(3.6%) 오른 배럴당 123.70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8.4%나 치솟았다.
2. 선파워 [SPWR]
미국 태양광 기업 선파워는 나스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8.74%(3.26달러) 급등한 20.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따라 가정에서 태양광을 활용한 에너지 자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부착한 중산층 가정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동종업체 선런은 9.3%(2.6달러) 오른 30.52달러에 마감됐다.
3. 플러그파워 [PLUG]
미국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는 나스닥에서 10.07%(2.34달러) 상승한 25.58달러를 기록했다. 태양광 관련주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시점부터 주가가 급등했다. 수소는 기후의 영향을 받는 태양광·풍력과 다르게 어느 곳에서든 생산이 가능한 자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종업체 퓨얼셀에너지는 6.59%(0.39달러) 상승한 6.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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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