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신경안정제 벤조디아제핀 복용이 신생아의 선천성 기형, 특히 심장 기형 위험을 유의하게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전체 임신부의 1~2%가 임신 초기에 벤조디아제핀을 처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벤조디아제핀은 1960년대부터 불면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신경학적 질환 치료에 쓰여온 약물이다. 국내에선 신경성 위장관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폭넓은 사용에도 불구하고 임신 중 사용에 대한 안전성 근거는 불분명했다.
성균관대 약대 신주영 교수팀은 서울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최승아 교수 연구진과 함께 임신 중 벤조디아제핀 사용에 관한 안전성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자료를 활용해 대규모 임신부 코호트(동일집단) 연구를 진행했다.
벤조디아제핀은 태반을 통과해 태아 조직에 쌓일 뿐 아니라 세포 증식과 분화 등에도 관여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11~2018년 출산기록이 있는 모든 산모를 대상으로 임신 초기 벤조디아제핀 복용 산모군(4만846명), 복용하지 않은 산모군(305만3831명)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벤조디아제핀 복용이 전체 선천성 기형과 심장 기형 발생 위험을 각각 1.09배, 1.15배 증가시킨다는 관련성을 확인했다.
특히 전체 선천 기형은 하루 평균 사용량 1㎎ 미만군에서 1.05배 증가한 반면 하루 2.5㎎ 초과 사용군에서 1.26배 증가했다. 벤조디아제핀 복용량이 많을수록 선천 기형 위험이 더 상승함을 보여준다.
신 교수는 9일 “임신 초기 벤조디아제핀 복용은 전체 선천 기형과 그 중에서도 심장 기형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켰으며 저용량군 대비 고용량군에서 위험이 더 높아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전체 선천 기형 중 벤조디아제핀이 기여한 위험을 의미하는 인구집단 기여 위험도는 0.36%로 작아, 벤조디아제핀이 매우 주요한 ‘최기형성 약물’은 아님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다만 연구결과 해석 시 주의할 점으로 임신 초기에 벤조디아제핀을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약물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때문에 해당 위험은 반드시 벤조디아제핀의 치료적 이익과 함께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고용량 복용 시 위험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벤조디아제핀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태아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 유효 용량 처방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PLOS Medicine’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