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가 9일 치러지는 한국 대통령 선거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청와대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한·중 관계의 중요성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 쪽 편을 들지 않고 균형을 잡는 것이 신임 대통령 앞에 놓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는 한국의 Z세대 표심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들의 반중 정서는 “실업과 저소득에 대한 불만을 중국에 터뜨리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평에서 올해 한국 대선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중국 문제가 전례 없이 주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한국은 과거 줄곧 북한 문제로 논쟁을 벌여왔는데 올해 각 당 후보들은 중국 문제에 대해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면서 “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며 새 대통령은 대외 정책을 조정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가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세 닢 주고 집을 사고 천 냥 주고 이웃을 산다’는 속담을 인용해 “한·중은 경쟁국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상호보완적 이점과 잠재력이 큰 파트너”라고 언급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확실한 것은 청와대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라며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한·중 관계는 뒤로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또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었지만 양측은 공동의 노력 끝에 이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해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렸다”며 “이는 한·중이 외부 간섭 요인을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 양국 국민들이 김치, 한복 등의 기원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대해 “한·중 공통의 역사 문화 연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향후 민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중국이 문화공정을 벌일 때마다 한국의 반발을 자극적으로 다뤄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매체는 “미국은 한국을 동북아 지정학적 대립의 전진기지로 만들려고 한다”며 “이는 명백히 한국의 국익에 부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와 한·미 관계의 균형을 잡고 한 쪽을 편들지 않는 것이 한국의 신임 대통령 앞에 놓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한국 대선 결과는 향후 몇 년 동안 양국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특히 올해 한국 대선에서 Z세대 표심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통일에 대한 열망이 적고 대중 관계에 있어 적대적이고 민족주의적”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의 미래와 한·중 관계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쥔성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위원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실업과 저소득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청년들이 자신들의 불만과 좌절감을 중국에 터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생활 수준과 경제 성과가 많은 국가를 앞지르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