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국 “좌절한 푸틴, 민간인 고려 않고 더 공격”

입력 2022-03-09 06:27 수정 2022-03-09 09:0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인 사상자를 고려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침공 강도를 배가할 것으로 미 정보당국이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좌절로 화가 난 상태이며, 조언자 그룹이 좁은 고립된 상황이어서 공세 강화 외에 다른 정치적 수단도 없다는 분석이다.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8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에 연례 청문회에 나와 “지금까지 러시아 침공은 우리가 예측한 대로 진행됐다. 그들은 예상보다 강력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저항을 마주했고, 심각한 군사적 결점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헤인즈 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에 대한 서방 대응을 예상했지만, 제재의 강도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푸틴이 특히 민간 부분의 러시아 철수를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서방 동맹은 주요 경제 제재에 단합했고, 이에 발맞춰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탈러시아 선언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관계가 깊은 BP, 셸 등 에너지 기업들마저 거래 중단을 발표했다.


헤인즈 국장은 “푸틴은 서방이 자신에게 적절한 경의를 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기분이 상했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잃을 여유가 없는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외교적 협상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푸틴 대통령은 억제되지 않고, 오히려 침공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인즈 국장은 “푸틴은 아마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이길 수 있다고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는 점령 지역 통제를 유지하고, 친러 정권을 세우는 게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그가 치르고 있는 상당한 (전쟁) 대가를 고려하면, 승리로 받아들일 수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예측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푸틴 대통령을 ‘수년간 불만과 야망으로 들끓은 고립되고 분개한 지도자’로 묘사했다. 번스 국장은 “크렘린궁 고문 그룹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고, 사람들이 그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도전하는 건 경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번스 국장은 “푸틴은 지금 화가 나 있고, 좌절하고 있는 것 같다”며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고려 없이 우크라이나 군대를 분쇄하려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그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우크라이나인들의 거센 저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정치적 최후 수단이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번스 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여러 가정을 바탕으로 침공을 시작했다며 오판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약하고 쉽게 위협받는 국가’로 여겼다. 유럽에 대해서는 ‘위험 회피적’이고, 프랑스 선거와 독일의 지도부 교체 문제로 산만할 것으로 평가했다. 또 막대한 외환 보유고로 경제 제재 방어책을 가졌다고 믿었다.

번스 국장은 또 “푸틴 대통령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빠르고 신속하고 확고한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군을 현대화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이런 가정은 지난 12일간 침공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음이 입증됐다”며 “궁극적으로 그는 모든 면에서 틀렸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은 현재까지 공격으로 2000~4000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했고, 러시아가 제재의 영향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2주안에 식수와 식량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사정이 한층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번스 국장은 미·중 사이에 대만 문제를 둘러싼 생산적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대만 문제에 있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도부의 결정을 과소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스 국장은 다만 “서방의 대응 강도에서부터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지난 12일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로 어느 정도 놀라고 흔들렸다고는 생각한다”며 “(이것이) 대만 문제에 있어 중국의 셈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