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니클로 ‘러시아인 옷 입을 권리’ 주장에…“일본의 수치”

입력 2022-03-09 00:05 수정 2022-03-09 00:05
유니클로 CEO 야나이 타다시. AP뉴시스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가 “러시아인들도 옷 입을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 내 매장 운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내 영업 중단을 선언하는 것과 상반된 유니클로의 방침에 곳곳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최고경영자(CEO)가 “옷은 삶의 필수품으로 러시아 국민도 우리와 똑같이 살아갈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 내 매장 50개를 계속 운영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야나이 CEO는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모든 나라가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강조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야나이의 발언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30년간 러시아에 투자해온 글로벌 브랜드의 (러시아 철수) 움직임과는 배치된다”고 짚었다. 이어 “패스트리테일링은 중국 위구르족 인권 탄압이 문제가 된 당시에도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패스트리테일링 측은 당시 이 사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 역시 패스트리테일링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유니클로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 세르기 코르슨스키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 트위터 캡처

세르기 코르슨스키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는 7일 트위터에서 “유니클로는 살아남기 위한 우크라이나인들의 기본적인 욕구보다 바지와 티셔츠를 갖춰 입을 러시아인의 욕구를 우선시했다”며 “유감스럽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8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내 여론도 유니클로를 두고 ‘일본의 수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서구에서 (유니클로의) 이미지가 엄청나게 나빠질 것”이라며 “(의류는) 식량이 아닐뿐더러 러시아 국내업자들도 의료 제조 및 판매는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패스트리테일링이 반전에 대한 연대 의사를 명확히 전했고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제공했다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 대사의 트위터에 반박글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페스트리테일링은 우크라이나에 11억5000만엔 규모의 인도적 지원과 담요, 히트텍 등 의류 20만점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니클로와 달리 앞서 자라와 H&M을 포함해 아디다스, 나이키, 애플, 넷플릭스, 제너럴모터스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서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자라의 모기업인 인디텍스의 경우 러시아 내 온·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하며 “러시아에서의 매장 운영 및 경영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H&M 측은 “우크라이나의 비극적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