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여성 차별, 교인 감소 큰 원인” 여성 안수 운동하는 강호숙·박유미 박사

입력 2022-03-08 18:04 수정 2022-03-08 20:54
건국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총신대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강호숙 박사.

전 세계 여성들의 투표권은 앞선 여성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그들 덕분이듯, 언젠가 한국교회는 이 여성들에게 감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주장하다 2016년 총신대 강단에서 배제된 두 신학자 강호숙(60·실천신학) 박유미(55·구약학) 박사. 국민일보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두 사람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강 박사는 “처음 2년은 45년간 몸담았던 교회와 교단 내 모든 친구들이 싸늘하게 등을 돌리는 것 같아 매우 힘들었다. 소속 학교가 없어 연구 지원도 신청할 수 없었다. 학자로서 내 인생은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저서 ‘여성이 만난 하나님’을 본 여러 교회나 단체가 강의를 요청했다. 2018년 초교파 신학교인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는 ‘교회 여성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강의를 제안했다.

그는 여러 사람의 연대와 지지에 힘입어 연구에 매진했다. 강 박사는 “총신대를 떠난 이후 오히려 더 넓게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자유를 누렸다. 성경적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6회나 한국연구재단 논문을 썼다. 총신을 떠난 것은 ‘엑소더스(Exodus·출애굽)’와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현재 그는 여성 신학자들과 교류하면서 복음주의교회연합회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한 강호숙(오른쪽), 박유미 박사가 지난 2016년 말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에서 열린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 모임에서 함께 웃고 있다. 총신 여동문회 제공

그는 자신이 자라고 공부한 예장합동에 대해 여전히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강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우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교단이 이런 유기성에 주목해 여성과 청년을 소중하게 여기고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잘 세워가면 좋겠다”고 했다.

박 박사는 2015년 말 총신 여동문회 예배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희망하는 기도문을 낭독했다 강사직을 잃었다. 그는 “총신대 신대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사실 여성 차별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가족들은 딸을 차별하지 않았고 나는 이화여대에서 공부했다. 그런데 신대원에 입학하던 해 하필 장신대에서 시위가 있었고 그 때문에 총신대로 발길을 돌렸다. 지금 돌아보면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유미 박사.

총신대 입학 후 전혀 다른 세상이 열렸다고 한다. 자기 말을 따르지 않는다며 무턱대고 화내는 남학생을 만났고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말하는 교수도 있었다. 박 박사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한 결과 차별로 보이는 성경 본문은 당시 가부장 사회의 옷을 입고 있다는 것, 하나님의 뜻과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을 구분하고 신중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총신대를 떠난 뒤 ‘내러티브로 읽는 사사기’(2018)를 내면서 학자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안양대 겸임교수,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장,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공동대표로 바쁘게 지낸다. 그는 “교인 감소의 큰 원인 중 하나는 교회의 여성 차별 문화와 신학이다. 내부에선 안보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뚜렷하다. 예장합동 총회가 여성 목사 안수를 비롯한 이슈에 전향적인 태도를 갖기 바란다”고 했다.

<아래는 강호숙 박사 인터뷰 전문>
강호숙 박사.

-여성의 권리에 대해 높은 감수성을 갖고 또 용기를 갖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가부장적인 총신합동에서의 신학공부와 사역의 경험을 통해 여성을 만드신 하나님에 대한 물음과 저항이 생겼다. 때론 왕따 당하며, 정죄당하면서 지독하게 외롭고 억울하였다. 하지만 내 편이 없었다. 해서 하나님께 사생결단의 기도를 하였고, 여성 편을 드시는 하나님이시라는 걸 체험하게 되었다. 여성입장에서 저항하며 비판하는 것이 가부장 신학의 정당화의 껍질을 벗길 수 있으며,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온전한 인간성을 찾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16년 총신대 강사에서 배제된 이후 어떻게 지냈나요
“7년이 지났네요. 2016년에 총신대 강사에서 배제된 이후, ‘여성이 만난 하나님’ 책을 쓰고 나서, 여기저기 특강하러 다녔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대학교에서 ‘성경과 여성’, ‘기독신앙과 성’, ‘여성과 설교’라는 강의했다. 그런데 2020년에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도래되면서 ‘성경적 페미니즘’, 간간히 줌 강의와 글쓰기, 연구재단에서 선정된 연구논문을 쓰고 있다. 여성신학자들과의 교류가 두터워졌다.”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었다면?
“총신대 강사에서 배제되고 난 뒤, 한국연구재단에 연구계획서를 신청할 수 없어서 많이 속상했다. 또, 내가 속했던 곳이 복음주의 학회였는데, ‘개혁교회 내 성차별적 설교에 대한 여성신학적 고찰’이라는 연구논문을 투고했는데, 2번이나 거절당했을 때, 학자로서 ‘아무 것도 못하겠구나’ 라는 좌절감도 들었다.

즐거움이라면 당연히 나의 소신과 의지대로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녀위계적인 총신합동 체계가 더는 나의 자유의지와 행동에 간섭할 수 없다. 총신대 강사에서 배제된 뒤, 오히려 페북에 총신대와의 일련의 다툼을 알렸더니 오히려 나를 지지하며 응원해주는 내 편이 많아졌다라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신학자이기도 하지만, 엄마요, 아내요, 할머니로서 최선을 다하며 지낸 거 같다. 글을 쓰거나, 줌 강의도 하였고, 박유미 박사가 소장으로 있는 비블로스 성경연구원의 박사들과 함께 [생태위기와 기독교]라는 책도 내었다. 여성신학자들과 틈틈이 교제하고 있다(커피와 빵, 쿠기, 김치 밑반찬을 나누면서).”

-총신 여성 선후배들, 총회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총신 여동문회나 총회 관계자들 모두 연령이 높은 편이다. 이는 종교의 가부장성과 전근대성이 정착되어 있어서, 기후 위기와 젠더 불평등 문제, 그리고 미래 세대 간 갈등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성속 이원론에 따른 남성 중심, 장년 중심, 교회 중심의 시대착오적 신념을 갖고 있어서 총신 합동의 미래는 암울하다. 해서 내가 총신합동에 말하고 싶은 건 남녀 위계적 관점이 아니라,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연결과 유기체성을 위해 열림과 존중, 자유와 연합을 위해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성평등 실현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엄과 정의의 문제요, 평화와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대선입니다. 여성들의 투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총신 합동의 가부장적인 횡포 속에서 여성의 권리를 외치다가 강의 박탈된 여성신학자로서, 젠더 불공정과 젠더 갈등을 야기하는 국힘당 윤석열 후보는 오히려 우리 사회와 여성들을 더욱 차별과 폭력으로 몰아놓는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여성들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 건 여성 차별과 억압을 폐지하고, 남녀평등 사회를 지향하려는 실천적 의지를 담은 페미니즘 운동 덕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10권에 드는 선진국이며, 코로나19에 맞는 세계는 공존과 상생, 협력과 평등의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해서 여성 차별과 젠더 갈등을 앞세우는 가부장적이며 시대착오적인 후보보다는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추구하며 통합과 평화의 미래로 나아가려는 후보에게 투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앞으로 소망은?
“교회에서 성차별로 상처받은 젊은 여성들을 틈틈이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싶다. 아울러 생태 정의, 젠더 정의, 그리고 차세대 정의를 위한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려 한다.”


<아래는 박유미 박사 인터뷰 전문>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총신대 신대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친 박유미 박사.

-여성의 권리에 대해 높은 감수성을 갖고 또 용기를 갖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 가정 환경과 성장 과정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4녀1남 딸 부자 집입니다. 아버지가 장남이라 아들을 낳으려고 딸을 많이 낳은 것이지요. 그런데 집안 분위기는 전혀 가부장적이지 않았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저희 아빠가 장남이라고 귀하게 여긴만큼 저희 엄마에게도 귀하게 여기셨습니다. 그리고 손녀딸들도 얼마나 귀하게 여기셨는지 모릅니다. 손자들과 일절 차별을 안하셨지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도 항상 여자도 능력이 되는대로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그런 분위기 속에 저희 집 막내 남동생은 그다지 특별대우 받아 본 적이 없고 늘 누나들의 심부름꾼 역할을 했답니다. 그리고 저는 서울에서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습니다. 이런 성장 배경 속에서 특별히 여자라고 불이익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한 경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단 한 곳 교회는 분위기가 좀 달랐습니다. 여자를 무시하는 설교와 분위기가 약간 있었지요.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청년 때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교회 오빠들에게 항의도 하면서 분위기를 바꾸어 나갔습니다.

덕분에 제가 청년 때 교회에서 한때는 까칠하고 센 언니로 불렸답니다. 그런데 총신 신대원을 오게 되면서 남녀 차별의 심각성을 본격적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학 때까지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여성 차별이 없었고 교회도 그다지 심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저는 여성 차별이 없다고 별로 없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것이 당연하고요. 그런데 총신 신대원은 입학하면서부터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온갖 종류의 차별적 언어들을 들어야 했고 차별을 받아야 했습니다.

동기 학생들은 왜 여자가 신대원을 왔는지 끊임없이 물었고 여자가 고집이 쎄다는 말도 들었고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저에게 화내는 남자 학생도 보았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성경을 근거로 여자를 차별하는 말을 하거나 목사는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지요. 그동안 살면서 제가 여자라는 것이 활동하거나 행동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다가 총신 신대원에서는 제가 여자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여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말을 하며 틀 안에 가두고 자신들의 생각에 맞추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상식으로 알던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에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하나님은 여성을 열등하게 창조하시고 여성을 차별하시는 분인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고 성경은 여성 차별을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에게 너무 좋은 하나님이 그리고 나를 여성으로 만드신 하나님이 나를 차별하고 열등한 존재라고 보신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사기 4~5장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그동안 보수적인 남성 학자들이 여성 안수를 반대하기 위해 성경에 사사라고 기록된 드보라를 사사가 아닌 선지자라고 해석하는 것을 보고 여성 차별은 성경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중심적인 교회의 문제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게 되었습니다. 남성 학자들과 목사들은 여성 차별이라는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여성 차별을 언급하는 것 같은 본문은 문자적으로 해석하며 강조하고 여성의 동등성과 여성의 리더십을 말하는 본문은 무시하고 언급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해 왔던 것이지요.

이런 발견을 통해 성경이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있으며 차별로 보이는 본문은 당시 가부장 사회의 옷을 입고 있다는 것과 하나님의 뜻과 당시 사회 문화적 배경을 구분하고 이를 잘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시대에 여성으로 신학을 그것도 구약신학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보수적인 교단에서 남성중심적인 잘못된 해석을 비판하고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뜻을 남녀평등 시대에 잘 해석사고 전달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한 시기잖아요. 그래서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2016년 총신대 강사에서 배제된 이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현재는 안양대 겸임교수로 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신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강의 배제 사건 덕분에 오히려 이름이 알려져 특강도 많이 했구요. 제가 그동안 강의하던 사사기 강의안을 정리하고 보강하여 책도 냈습니다. “내러티브로 읽는 사사기”라고 2018년에 냈어요. 논문도 쓰고 여기저기 글도 쓰며 지냈습니다. 다른 학자들과 같이 협력하여 책을 내는데도 참여해서 해마다 한 권씩은 나오고 있습니다(성폭력, 성경, 한국교회, 이런 악한 일을 내게 하지 말라, 샬롬 페미니즘).

이제 다양한 교단의 학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에 큰 제약이 없어서 저의 신학적 색깔에 맞게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소장으로 있는 ‘비블로스 성경인문학 연구소’에서 동료 학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세미나 하고 책을 내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15명의 신학자와 인문학자가 소속되어 있는데 신학과 인문학을 현재 한국 사회 문제들과 연결시켜 해석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교회 안의 학문이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고 영향력을 주고받는 학문을 하고 싶은 것이지요. 3년 전부터는 기독인문학 연구원과 한지붕 두가족형태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생태위기와 기독교”라는 책을 냈고 올 1월에도 9명의 성경 학자들의 글을 모아 “성서, 생태 위기에 답하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얼마 전에 이음사회문화 연구원과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과 함께 북토크도 했습니다.

국민일보에서도 이 북 토크에 관심을 갖고 기사를 내주셨더군요. 그리고 현재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을 올바로 대응하고 예방하고 교회 안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데 조금이나 도움이 되고자 맡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총신대를 나온 뒤에 지경이 넓혀지고 활동을 더 활발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 속에 있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영광도 얻게 된 것이겠지요.”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었다면
“가장 어려웠던 시간은 총신대 강의를 못하게 되었을 때 총신대 신대원 여학생들이나 여동문회나 동료 강사들, 교수들 혹은 스승으로 여겼던 총신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하거나 저와 강 박사님을 지지하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총신에서 강의할 때도 여학생들과 여동문회를 위해 노력하고 도움도 주고 남자 강사들이나 교수들과도 잘 지내며 좋은 동료로서 역할도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려움이 닥치자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것이지요.

특히 어떤 교수는 저에게 ‘총신에서 여자의 씨를 마르게 했다’며 소리친 일도 있지요. 내가 십 몇 년을 함께 하며 친구요, 동료요, 스승이요, 제자로 생각했던 사람들의 침묵과 비난은 참 힘들었습니다. 침묵은 암묵적으로 저를 자른 사람에게 동조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저에게 개인적으로 와서 자신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도움은 외부에서 오더군요. 전혀 모르는 분들이 제 기사를 보고 연락해 위로해 주시고 연대 성명서를 내주시고 강연도 열어 주시고. 총신 울타리에서만 살며 그곳이 전부인 줄 알고 살던 저에겐 참 희한하고 뜻깊은 경험으로 총신 이외의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가장 즐거웠던 일은 아무래도 2018년에 제가 ‘내러티브로 읽는 사사기’란 사사기 책을 낸 것입니다. 새물결플러스 김요한 대표의 도움이 컸지요. 책의 출판은 일개 강사에서 벗어나 학자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덕분에 코로나 전에는 특강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해 구약학회에서 그리스 여행을 가는데 합류했는데 매우 기억에 남고 행복한 여행이었어요. 그리고 그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은 구약 여성 신학자들을 만난 것입니다. 그 여행에서 만난 여성 신학자들과 지금까지도 교제도 하고 교회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여러 가지 작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하며 경험도 쌓고 친구도 만나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지경이 넓혀진 여행이었어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학교 강의는 비대면 동영상 강의를 하느라 동영상 찍는 법도 배웠고요 저희 연구소도 세미나를 줌으로 할 수 있도록 셋팅도 하며 언텍트 시대에 열심히 적응하며 보냈습니다. 강의나 특강은 줄었지만 대신 글 쓸 일이 많아 별 일 없으면 연구소에 나와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학자 입장에서 외부 일정이 적은 것이 그다지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애들도 다 집에 있었기 때문에 애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개인적으로 큰 수술을 해서 한 3개월 정도 쉬기도 했구요. 그 후로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요즘은 저녁은 가족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삶의 속도를 한 템포 낮추었네요. 하지만 연구소는 팬테믹 사건을 계기로 생태위기를 인식하고 연구하여 두 권의 책을 내었습니다.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우리의 신학적 관심의 변화를 요구하네요.”

-총신 여성 선후배들, 총회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총신 여성 후배들은 자신이 하나님께 받은 소명이 무엇인지 잘 기를 바랍니다. 현재 교단은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안주지만 사실 총신을 졸업한 후에 목사가 될 수 있는 길은 많습니다. 실제로 졸업생들 가운데 목사 안수를 받은 여동문도 많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가는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는 것이 소명이면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목사의 소명을 받았다면 그것도 가능하니 자신을 총신과 합동의 틀에 맞추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든 여성 사역자로서 여성을 위한 교회 사역에도 관심을 갖고 정의롭지 못한 것엔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학교와 교단을 바꾸는 것은 총신을 졸업한 여성 선후배들입니다. 지금 총회가 여성 사역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선배들이 끊임없이 총회에 찾아가서 시위하고 전단지를 돌리며 목소리를 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간절해야 하나님이 움직이시고 교단을 바꿔주십니다.

총회에 대해선 세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여성 안수를 안하는 것은 여성 차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현재 합동은 여성안수를 안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볼 때 여성을 차별하는 교단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은 차별하지 않지만 여성안수는 안된다는 말로 상황을 모면할 수 없을 정도로 시대는 변했습니다. 둘째로 여성안수에 대해 공개적인 학문 연구와 토론을 열기를 요청합니다.

1994년 이후 여성안수에 대해 제대로 된 학문적 연구나 토론이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작년, 재작년 소규모 공청회나 연구발표가 이루어지긴 하였지만 전체적으로 각 분야의 학자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심도 있고 솔직한 세미나와 토론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정정당당하게 다루기를 요청합니다. 셋째는 교회의 교인이 주는 문제가 여성 차별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현재 2-30대 여성은 남녀 평등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의 남녀 차별적인 문화를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제가 신대원에서 겪었던 그 이질감과 괴리감을 지금 20~30대 여성들은 더 심각하게 느끼고 이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결국은 교회를 떠나는 일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저런 세미나에서 만난 20~30대 중엔 이런 문제로 더 이상 교회를 나가지 않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교인이 감소하는 원인 중에 큰 부분이 바로 교회의 여성 차별 문화와 신학에 있다는 것을 알고 여성 차별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내부에선 안보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너무 뚜렷하게 보입니다.”

-내일은 대선입니다. 여성들의 투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거 기간 내내 여성으로서 참 불편했습니다. 소위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특정 남성들의 목소리에만 힘을 실어주며 그들의 말이 마치 제일 중요하며 그들의 의견을 들어야 선거에 이길 것처럼 하는 행동이 참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선거에서 모든 국민의 의견을 듣고 어느 국민도 소외시키지 않아야 하고 특히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성은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여성의 존재와 목소리는 결코 무시할 수도 없고 무시 되어서도 안됩니다. 저는 선거에서 여성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번처럼 여성을 무시하는 선거가 치러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집단이나 다른 사람을 위한 투표가 아닌 여성인 나와 나의 딸과 손녀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여성을 돌아보는 후보가 저는 평화와 정의를 행하려고 노력하는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보들의 그동안의 말과 행실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누가 여성들의 입장에 서서 우리의 이익을 대변할 인물인지 살피고 꼭 투표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선거의 승패가 여성의 손에 달려있음을 알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시민도 이 나라의 주권자임을 투표를 통해 꼭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소망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저의 계획은 계속해서 책을 쓰는 것입니다. 현재는 ‘룻기-에스더’를 쓰고 있는데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안에 ‘성경의 여성들이’란 주제의 책을 쓰려고 준비 중입니다. 또한 구약 성경을 가르치는 유투브를 하자는 목사님이 계셔서 다음 주부터는 유투브에 등장할 것 같습니다.

저의 소망은 요즘 저희 비블로스성경인문학 연구소가 소장 학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연구하고 활동할 수 있는 학자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그런 연구 활동을 통해 한국 교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발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평생 소망은 여성 청년들도 함께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성경 해석을 해서 그들이 다시 교회 공동체로 돌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형제 자매로 존중되는 평화와 사랑의 교회 공동체가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이 교회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이 저의 평생의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