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8일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쳤다. 전쟁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미국 나스닥종합지수는 7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3.62% 폭락, 1만2830.96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전고점(1만6057.44)에서 20% 넘게 떨어진 것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71% 하락하며 1년 4개월 만에 최처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09% 내린 2622.40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65억원, 2927억원 순매도해 3일 연속 내림세를 주도했다.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근본 이유는 인플레이션 속 경기 둔화인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 금지를 검토하면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날 ℓ당 1860.61원으로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23개 원자재 선물 가격의 평균을 환산한 블룸버그 상품 지수는 지난주 13.0% 급등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9.9원 급등하며 12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20년 5월 29일(1238.5원)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원유 등 원자재 공급 차질과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치명적이다. 골드만삭스 등 14개 주요 투자은행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2%로 낮춰 잡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