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과 강원도 동해 등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계속되는 산불 현장의 최전선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과 의용소방대원들이 화마(火魔)에 맞서 연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산불이 시작된 지난 4일부터 울진과 삼척, 동해 등지에 투입돼 닷새째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다. 산세가 워낙 험난한 것도 힘들지만 밤새 추위와 싸워야 하는 고통은 이들을 더 지치게 한다. 하지만 하루라도 더 빨리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돌릴 틈도 없다.
헬기가 뜨지 못하고 산불 확산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직접 진화에 나선다. 최후방어선에 서있는 셈이다. 공수해 오는 끼니로 배를 채우고 차 안에서 쪽잠을 자며 버티고 있다.
산림청 강릉국유림관리소 소속 신재웅(55)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은 8일 “수많은 산불 현장에서 바람을 등지고 화마와 맞서왔지만, 이번에는 유독 바람 방향이 급격하게 바뀌는 탓에 고립이 될 뻔한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며 “밤사이 정신없이 진화하다가 날이 밝으면 급격한 비탈길을 어떻게 올라왔는지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산림청 소속의 산불에 특화된 전문대원들이다. 현재 전국에 435명이 활동 중이다. 북부·동부·남부·중부·서부지방산림청 전국 5개 본부에 소속돼 활동한다. 이들은 헬기 진입이 힘든 깊은 산속에 투입해 산불을 끄고 있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은 물을 실은 산불 진화 차량으로부터 가늘고 긴 호스를 최대 1㎞까지 연결해 화마에 맞선다. 헬기가 진화작업을 멈춘 시간부터는 방화선을 구축하고 산불이 더 확산하는 것을 막는다.
의용소방대원들의 활약도 못지 않다. 이승교(55) 동해소방서 의용소방대연합대장을 비롯한 의용소방대원 40여명은 8일에도 강원도 동해시 신흥동의 한 야산에서 산불과 사투를 벌였다.
이들은 15ℓ의 물이 가득 담긴 무거운 등짐 펌프를 메고 산 속을 뛰어다녔다. 일부는 불갈퀴로 땅을 긁으며 남은 잔불을 없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대원들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이들은 산불 현장에 도착해 해가 질 때까지 불을 끄는 일을 나흘째 반복하고 있다.
생업도 포기했다. 의용소방대원들은 학원이나 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등 모두 직업을 갖고 있다. 이승교 연합대장은 “모두 생업이 있지만 모두 문을 닫고 산불 현장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깊은 산속에 물을 나르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지원해 준 대원도 있다”고 말했다.
잔불 제거만 하는 게 아니다. 주민 대피, 주택으로 번진 불을 끄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지난 5일에는 불길이 동해의 한 요양병원으로 번진다는 소식을 듣고 환자 70여명을 대피시켰다.
울진의 의용소방대원들도 평일인데도 350여명이 각자 휴가를 내거나 생업을 마치고 오후에 출동한다. 이들은 저녁 8~10시까지 불을 끄고, 이후엔 새벽 1시까지 산불 감시를 한다.
김성찬(56) 울진의용소방대연합회장은 “고향을 지키려면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울진사람이니까 지리도 잘 알고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용소방대는 소방관이 아닌 소방활동 업무를 보조하는 자원봉사단체다. 평상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소방 업무를 보조해 진화작업을 한다. 이번 산불에 투입된 의용소방대원은 모두 1400여명에 달한다.
동해·울진=서승진 최일영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