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반격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우호국가에 한국을 포함하면서 기업들이 경제 제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추가 제재가 이어지면 충격이 커질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7일(현지시간)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 목록을 발표했다. 한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 미국 주도 대(對) 러시아 제재에 참여한 국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비우호국가에 대한 첫 조치로는 경제 제재가 시행됐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일 서명한 대통령령을 근거로 비우호국가에 포함된 외국 채권자에 대해 러시아 채무자들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루블화가 최근 70% 안팎까지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조치 등으로 인해 채무 상환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러시아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 수출 기업들이 수출 대금, 채권 등에 피해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가 제재 가능성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한다. 현지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는 루블화 채무 상환 조치에 따른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제품의 경우 기본적으로 현지 통화로 거래하기 때문에 이번 제재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파악하고 있다. 일부 외환 거래에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수출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액수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제재로 이어지면 현지 공장 운영에 제한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 집계에서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현재 러시아 스마트폰·TV 시장점유율 1위이고, LG전자는 생활가전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다.
러시아가 원·부자재 수출 제한을 반격의 카드로 내세우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6일(현지시간) 발광다이오드(LED), 마이크로칩 등의 소재로 쓰이는 합성사파이어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수출을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제재가 계속되면 대응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수출 제한 품목이 다른 원·부자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