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 사전투표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에 대한 부실관리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소속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롱하는 글을 다수 남겨 공분이 일고 있다.
8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선관위 징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비밀선거, 직접선거는 지켜야 한다”라는 짧은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해당 사진은 한 네티즌이 “사전투표를 하러 왔는데 봉투에 이름이 쓰여 있었다”라며 비밀투표인지 의심스럽다고 올렸던 사진이었다.
이에 근무지가 ‘공무원’이라고 표시된 한 사용자는 해당 글에 “징계 같은 소리 하네 푸풉”이라며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어 “어쩔티비(‘어쩌라고 TV나 봐라’는 의미의 신조어) 꼬우면 선관위 시험 쳐~”라고 적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금 맛있다 냠냠 꿀꺽” “너넨 성적 안 돼서 못 들어옴” “어차피 한 3달 짖다가 조용해질 거 다 안다” “개가 왈왈 짖어봐라, 인간님이 듣냐?” 등의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사용자의 비판에 “표 개꿀맛 투표용지 5장씩 줘야지” “지난번에도 부정투표라고 왈왈 짖던데 변한 건 없쥬?”라고 적어 커뮤니티 내 공분을 샀다.
해당 커뮤니티는 자신의 소속 회사 이메일로 본인인증을 거쳐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글을 쓰면 소속된 직장이 함께 표시된다. 다만 이 같은 조롱 댓글을 남긴 공무원이 실제 선관위 소속인지는 불명확하다.
이에 대해 다른 사용자들은 “수준 저급하다” “누군지 알아내서 징계해야 한다” “저런 사람들 때문에 선관위 이미지 다 망친다” “저런 사람이 공무원이라니”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댓글은 지난해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조롱글을 연상케 하며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3월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이는 가운데 블라인드에 올라온 소속 직원 글이 논란이 됐다. 그는 당시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X면서 다니련다”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고 적었다.
한편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이날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노 위원장은 “미흡한 준비로 혼란과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태가 불거진 지난 5일 출근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고, 이날까지 침묵을 이어왔다. 국민의힘은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선관위는 확진자 사전투표 당시 쇼핑백, 종이박스 등에 기표한 용지를 넣게 한 뒤, 제3의 장소로 옮기는 방식을 썼다가 대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몇몇 투표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배부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이에 선관위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코로나 확진·격리자도 일반 선거인(유권자)과 마찬가지로 본투표 당일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을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