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세계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유명 식음료 브랜드들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서 사업을 계속해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지난 세기 냉전에서 옛 소련의 입맛을 사로잡아 무기보다 강력한 자본의 힘을 보여줬던 미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널드와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는 자국에서 불매운동과 마주했다.
불매운동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에서 맥도널드, 혹은 코카콜라의 이름 앞에 ‘보이콧’(boycott·불매운동)을 붙인 해시태그는 8일 오후 2시 현재 30초마다 1건씩 올라온다. 같은 시간 인스타그램에서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는 모두 5000건 안팎의 보이콧 해시태그와 함께 언급됐다.
다른 음료 브랜드 펩시·스타벅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버거킹·피자헛·KFC가 언급된 불매운동 해시태그도 많다. 모두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할 계획을 밝히지 않은 기업이다. 불매운동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의 금융 제재와는 별개로 반전(反戰) 여론 그 자체로 기업에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다.
계정 옆에 셀럽 마크를 붙인 SNS의 유명인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에서 작가 겸 팟캐스트 진행자로 활동하는 에이미 시스킨드는 54만명과 소통하는 트위터에서 “기업의 부도덕한 선택을 직면하게 만들어야 한다. 차를 몰고 지날 때마다 ‘보이콧 맥도널드’ ‘보이콧 피자헛’이라고 외치라”고 적었다. 보이콧과 연결한 브랜드 이름에 해시태그를 붙였다.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는 옛 소련 시장으로 파고든 미국 민간 자본의 선발대 격으로 여겨진다. 그중 맥도널드는 1990년 1월 31일 러시아 모스크바 푸쉬킨스카야광장에 1호 매장을 개설한 뒤 32년 만에 ‘유탄’을 맞게 됐다. 개장 당일에만 5000명이 발을 들일 만큼 맥도널드는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 이후 옛 소련 체제가 붕괴됐고, 사업을 확장한 맥도날드는 최근까지 32년간 러시아에만 매장을 800여개로 늘렸다.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서 미국 정부의 제재가 시작되자 글로벌 브랜드들은 사업 철수 계획을 밝혔지만, 맥도널드는 여러 매체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사실상 러시아에서 사업을 계속할 계획을 암묵적으로 밝힌 셈이다.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비판하면서 사업 철수 계획을 밝히지 않은 브랜드들도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대해 “부당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지만, 쿠웨이트 알샤야그룹에 경영권을 넘긴 자사 브랜드 러시아 매장은 여전히 영업하고 있다.
불매운동 움직임은 곧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뉴욕 증권시장에서 큰돈을 투자한 주주들이 러시아 내 사업을 철수하지 않은 기업들에 위험을 경고하는 일도 벌어진다. 로이터통신은 “뉴욕주 일반퇴직기금이 맥도널드와 펩시코(펩시 소유 모회사)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 내 사업 재검토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