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망막 두께 줄면 파킨슨병 징후?

입력 2022-03-08 14:52 수정 2022-03-08 16:43
국민일보DB

안과 첨단 영상촬영 기법을 통해 퇴행성 뇌신경질환인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눈의 망막(상이 맺히는 부위) 두께 감소가 자세 불안정, 보행·인지 장애, 환각 증상 등 파킨슨병의 주요 징후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이지영 교수는 망막 빛간섭단층촬영(OCT) 및 병리 조직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초기 환자의 황반(망막의 중심 부위)에서 정상인과 구별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연구결과는 임상신경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뉴롤로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는 지난 10년간 파킨슨병 분야를 연구해왔던 내용이 새로운 학설로 인정받게 된 매우 의미있는 성과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파킨슨병은 신경 퇴행이 나타나려는 초기 단계에 발견해 더 이상의 뇌신경세포 사멸이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의 개발 필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이지영 교수팀은 그간 인체 중 뇌 조직(뇌흑질의 도파민 신경계)과 유일하게 직접 연결돼 있는 시신경과 망막의 구조적 변화와 파킨슨병 진행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해 왔고 이번에 기존과는 구별되는 차세대 진단 기법을 발굴하게 된 것이다.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망막 이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 알려진 사실이었으나 본격적인 연구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의 일이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조기 진단 및 예후를 평가하는 도구로 망막 영상 기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지영 교수는 “파킨슨병의 아주 초기에는 망막이 전체적으로 두께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국소적으로 황반의 중심부와 주변에서부터 변화가 오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따라서 망막의 전체 두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서 파킨슨병을 진단하기는 현 단계로선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의료장비로는 망막과 황반 주위를 세밀하게 들여다 본 후 환자 나이에 보정한 값을 내 비교를 해봐야 한다. 그래서 현재 제공되는 일반적인 안과검진으로는 파킨슨병 진단을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아울러 “아직은 파킨슨병에 특이적인 영상 스캔 및 분석 방법을 좀 더 개발하고 정립해야하는 단계로, 이번 연구는 안과적 분석 기법이 파킨슨병 진단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