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양국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다”며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던 중국이 최근 러시아와 미묘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처한 상황에 빠져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과 초기 중국 정부는 러시아의 안보 요구에 동조하면서 서방 정보 당국의 전쟁 경고를 비웃었으며 미국이 러시아를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약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약간의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앞서) 회담에서 양국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중국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에 애도를 표하고 평화회담에 정전이 가능한 빨리 달성하기를 촉구하는 등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NYT는 중국이 러시아 측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사전에 알고 러시아 측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우크라이나 침공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는 주장도 다시금 전했다. NYT는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와 유럽 관리를 인용해 “중국 고위 관리들이 지난 2월 초 러시아 측에 이같이 요청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지난달 4일 개막해 20일 폐막했고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본격적인 침공을 개시했다.
이에 NYT는 푸틴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일인 지난달 4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장을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점도 언급하며 “당시 시 주석이 푸틴을 따뜻하게 포옹한 것은 ‘미국의 존재감이 적어지고, 더 공정하고 안정적인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는 그들의 야망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는 (러시아의) 무모하고 일방적인 군사 개입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르카이나 침공 계획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면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접공지역에서 국지전 정도를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NYT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는 동안 중국 정부는 푸틴의 행동을 침략이라고 부르는 것도 꺼려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뉘앙스는 바뀌기 시작했고, 푸틴과 거리두려는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최근 잠재적인 중재자로서 역할을 부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외교 정책 연구 기관인 ‘우르카이나 프리즘’의 세르지 게라심추크 전문가는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번 전쟁에서 누가 승자인지를 지켜보고 그 승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