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정부가 여성가족부의 역할이나 명칭, 형태 등에 대해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가부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든 여가부가 관장하는 업무 하나하나는 매우 중요하고 더욱 발전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젠더갈등이 증폭돼 여가부에 대한 오해도 커졌는데, 그렇게 된 데는 여가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정영애 여가부 장관으로부터 ‘여가부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보고받고 “여가부와 관련된 논의가 건설적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가 정치 쟁점화된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김대중정부 때 ‘여성부’로 출발한 여가부의 역사를 언급하며 “지금의 여가부는 지난 20년간 많은 성과를 냈고, 더 발전시켜야 할 과제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가 관장하는 여성 정책과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성폭력·가정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등 업무는 현대사회에서 더 중요해지는 것이 시대적 추세이고 세계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가부의 성과를 돌아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발언 취지를 전했지만, 대선 전날 정치 이슈를 언급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여가부의 예산과 관련해 “여가부가 하는 일, 역할에 대해 오해가 많다”며 “여가부는 올해 예산 규모가 1조4천600억 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0.24%에 불과한 매우 작은 부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여가부는) 결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양성평등 관련 예산은 여가부 예산에서도 7% 남짓으로 매우 적고, 한부모 가족 지원, 아이돌봄서비스 등 가족 정책에 62%, 청소년 정책에 19%, 권익 증진에 9%를 쓴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유세에서 “성인지 예산 30조원 중 일부만 떼도 북핵 위협을 안전하게 막아낼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