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남은 우크라 98세 테니스 선수 “또 전쟁이라니”

입력 2022-03-08 11:47 수정 2022-03-08 14:47
레오나드 스타니슬라스브키. 로이터 유튜브 캡처

1924년 3월에 태어난 우크라이나인 레오나드 스타니슬라브스키(98)는 세계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에 대항하기 위해 소련 전투기를 만들었다.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그는 또 한 번 포화와 참상의 현장에 놓였다. 야속하게도 ‘소련’으로서 함께했던 러시아가 그의 조국을 침공하면서다.

세계 최고령 테니스 선수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아마추어 스타니슬라브스키는 “100살까지 살아남고 싶다”며 “전쟁이 끝나 다시 테니스를 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4개월 전만 해도 남자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라파엘 나달과 직접 만나 경기까지 하며 자신의 꿈을 이뤘다. 두 사람의 경기는 소셜미디어에서도 화제가 됐다. 로이터는 “스타니슬라브스키는 (나달과 만난 뒤) 로저 페더러와도 만나게 되길 꿈꿨지만 지금은 오직 ‘생존’이라는 꿈만 품고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에 있는 딸은 그를 데려가려 했지만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조국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24일부터 거의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비상물자로 냉장고가 가득하다”며 “이 무서운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100살까지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 차례 전쟁을 경험한 그는 “어머니는 자식을 잃고, 아내는 아들과 남편을 잃으며 양쪽이 다 죽는 끔찍한 전쟁을 또 겪을 줄은 몰랐다”며 “21세기에 전쟁이라니 믿을 수 없다. 당장 중단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다시 테니스를 칠 수 있길 바랐다. 다음달에는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테니스는 내 인생이자 운명”이라며 “난 누구도 두렵지 않다. 전쟁이 빨리 끝나서 다시 테니스를 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