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절대 도망가지 않아”… 창밖엔 러 탱크

입력 2022-03-08 11:27 수정 2022-03-08 13:35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게시한 페이스북 영상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피하지 않고 참모들과 함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자신을 둘러싼 도피설과 사망설 등을 일축하기 위해 꾸준히 키이우를 배경으로 한 영상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영어 자막이 포함된 9분간의 연설문을 페이스북에 올려 “투쟁 12일째. 우리는 월요일을 가장 힘들어하는데 전쟁 이후 매일 월요일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키이우 집무실이 영상 배경으로 노출된 것은 러시아 침공 이후 처음이다. 영상에서는 집무실 창밖 너머로 러시아군의 탱크가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키이우에 있으며 우리의 영웅인 군인, 의사, 구조대, 외교관, 기자 등 모두와 함께 있다”라며 “우리 모두 전쟁에 참여 중이다. 군대에서 무기로, 말과 외교의 힘으로, 우리 각자의 정신력으로. 우리는 모두 여기에서 방어하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의 땅, 우리의 도시, 우리의 우크라이나를 절대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리우폴, 하르키우, 체르니히우, 키이우, 미콜라이우, 수미 등 많은 도시가 적들의 폭격으로 파괴됐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재건할 것”이라며 “파괴된 우리 도시를 러시아의 그 어떤 도시보다 훌륭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키예프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간 지역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무차별적 공격 행태를 언급하며 맹비난했다. 러시아군이 민간인 대피를 위해 임시 휴전을 약속했지만 합의를 깨고 곧바로 민간인에게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키이우에서 러시아는 오래된 빵 공장에 총격을 가했다. 군사 시설이 아닌 빵 공장을 왜 공격하는가. 지토미르의 역사 깊은 교회에는 왜 폭탄을 떨어뜨리는가”라며 “이들은 잔인하다”라고 성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키이우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3년 전, 선거 직후 집무실 이전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민주주의 유럽 국가에 맞게 키이우 중심부에 집무실을 다시 꾸리고 현대적인 건물에서 투명한 정치를 꿈 꿨다”며 “하지만 전쟁이 발생한 지금 나는 키이우 여기에 있다. 나는 절대 숨지 않는다”라고 힘줘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