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야속한 바람… “고성 산불보다 진화 어려워”

입력 2022-03-08 10:43
7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일대 야산에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최현규 기자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바람 탓에 진압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화재 진압에 나선 현장 요원들은 2020년 발생했던 고성 산불과 비교해도 ‘바람’이라는 변수에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들은 산불이 언제든 민가로 다시 번질 수 있어 현장을 지키며 ‘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 울진읍에서 7일 국민일보와 만난 최승일(47) 산림청 공중진화대 주무관은 “지난달 내내 영덕, 합천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압했는데 이번 울진 산불까지 나면서 집구경을 한 달 동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산림청 공중진화대 요원 70여명과 함께 전날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골짜기에서 불과의 사투를 벌였다. 밤 중에는 헬기를 동원하지 못하다 보니 시야가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도 사람이 직접 산으로 올라 공격적으로 불을 진압해야 했다.

최씨는 산불 진화를 15년 동안 한 베테랑이지만 이번 울진 산불은 특히 진화가 어렵다고 한다. 바람의 방향이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고, 내륙 쪽 메마른 산으로 번진 불이 산골짜기에서 돌풍을 만나 불똥을 인근 산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고성 산불 사태 때도 진화 현장에 출동했었지만 당시에는 바람이 바다 쪽으로 불어서 확산 범위가 비교적 작았다”며 “울진에서는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일정하지 않아 불이 바람을 타고 산을 옮겨가며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산불이 민가로 언제 번질까 밤새 ‘민가 저지 방어선’ 역할을 하는 진압 요원도 있다. 지난 6일 밤 10시쯤 경북 울진군 북면 덕구리에는 중앙119구조본부에서 파견된 소방관들이 약 200m 전방 산 능선에서 빨갛게 타들어 가는 불을 바라보며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산불이 민가가 위치한 산 아래로 바람을 타고 번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경북 구미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울진을 찾은 김보현(33) 소방교는 “낮에 이미 화재가 발생해 헬기로 화재 진압하던 곳”이라며 “낮에 한 번 다 탄 곳이지만 다시 풍향이 바뀌면서 불이 번질 수 있어 현장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근에 민가도 있고, 덕구 온천지구 리조트에서 사용하는 LPG 가스 보관소도 모여있어 불이 번질 경우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 당국은 빠른 시간 안에 산불의 ‘주불’을 최대한 잡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날 진화 진도는 50% 수준이었다. 다만 울진 산불 완전진화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헬기를 59대나 투입했지만, 화선이 워낙 길어 진화 진도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있다”며 “우선 금강송 군락지 내 수령 500년 가량된 대왕 소나무 등을 지키기 위해 산불 전문 진화 헬기에 산불지연재(리타던트)를 실어 약 1km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살포했다”고 말했다.

울진=전성필 성윤수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