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 통로로 채택된 도로에 러시아군이 지뢰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합의로 설정된 인도주의 통로를 이용한 민간인 대피를 러시아가 좌절시켰다”며 “러시아의 탱크, 다연장 로켓포, 지뢰가 그 자리에서 작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병사들이 전투지역에서 대피하는 민간인이 탑승할 예정이던 버스 여러 대를 파괴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주의 통로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작동했느냐”며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일시 중단한다며 양국이 합의한 인도주의 통로를 공개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제시한 통로 6개 가운데 4개는 목적지가 러시아거나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국영 리아노브스티 통신이 공개한 인도주의 통로가 최종적으로 러시아, 벨라루스를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리아노브스티 통신이 공개한 경로에 따르면 키이우에서 출발하는 피란 경로는 벨라루스를 향한다. 하르키우, 마리우폴에서 출발하는 통로도 결국 러시아로 향한다. 수미에서 출발하는 피란민 통로는 러시아 또는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내륙 지역이 종착지다. 러시아는 대피 과정을 드론으로 감시하겠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제시한 통로 6개 중 4개의 목적지가 러시아와 벨라루스라는 점을 들어 “완전히 부도덕한 조치”라며 “우크라이나 시민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대피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점령한 지역에 조그만 통로를 열어 수십 명에게 개방했다”며 “이는 선동가, 직접적으로는 텔레비전 카메라를 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