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황당실수로 선거인 명부 누락…선관위 ‘나몰라라’

입력 2022-03-08 08:26 수정 2022-03-08 10:30
제보자 A씨의 남편과 사망한 시아버지 2명만 등재된 투표 안내문. 세대주인 A씨는 선거인 명부에서 빠져 있다. 제보자 A씨 제공, 연합뉴스

공무원의 실수로 제20대 대선 선거인 명부에서 누락돼 선거권이 박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는 A씨(45·여)는 사전투표 전 발송된 대선 투표 안내문에서 자신이 빠지고 지난달 19일 사망한 시아버지가 선거인 명부에 올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거주지 동사무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이는 공무원의 실수로 드러났다. 해당 공무원이 A씨 시아버지의 말소된 주민등록등본을 보고도 사망신고서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명부에 올라야 할 A씨는 제외됐고, 사망한 시아버지가 투표권을 얻은 셈이 됐다.

A씨는 구리시 선관위로 문의해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투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지난 5일 사전투표소를 찾았지만, 선거인명부 조회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표를 할 수 없었다.

A씨는 다시 동사무소와 선관위에 본 투표일인 오는 9일엔 투표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선거인 명부가 확정돼 수정하기 힘들다”는 게 중앙선관위의 입장이다.

중앙선관위는 “동사무소의 실수다. 책임질 수 없는 문제”라며 “국가의 손해배상 여부는 모르는 부분이다. 동사무소 직원을 대상으로 손배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사무소 측은 A씨를 찾아와 직원의 실수로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점을 사과했다고 한다.

투표권이 박탈된 A씨에게 동사무소 측은 ‘조용히 넘어가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A씨에게 “해줄 게 없다. 행정소송 등을 해도 변호사를 선임하고 판결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직원이 어리고 월급도 적다.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업무를 담당한 직원 개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손해배상을 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싶고 개인적으로 너무 억울하다”고 매체에 토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