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마지막 검찰개혁은 ‘수정관’ 폐지…총장 ‘눈과 귀’ 축소한다

입력 2022-03-08 06:43 수정 2022-03-08 09:59

검찰총장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해온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이 8일부터 폐지된다. 이번 조치는 20대 대선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 개혁인 셈이다. 수사정보담당관은 ‘정보담당관리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향후 제한된 분야의 정보만 수집하게 되며 자체 검증은 어려워진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이 공포·시행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의 이름을 정보관리담당관으로 바꾸고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다.

기존 수사정보담당관은 정보의 수집·관리·분석·검증·평가 업무를 수행했다. 반면 신설되는 정보관리담당관은 수집·관리·분석까지만 하고 검증·평가에는 손을 댈 수 없다.

수집한 정보의 검증과 평가는 별도의 회의체가 맡게 된다. 회의체는 정보관리담당관이 무슨 절차로 정보를 수집했는지, 수집된 정보가 적정한 것인지 등을 검증·평가하게 된다. 대검은 조만간 누가 회의체에 참여하고 어떠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지에 관한 예규를 마련할 예정이다.

정보관리담당관은 다만 대검이 직접 수집한 정보가 아닌, 일선 검찰청에서 수집되거나 다른 기관에서 이첩한 사건에 관한 정보에 대해선 검증·평가를 계속할 수 있다.

정보관리담당관이 직접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는 전보다 줄어든다. 기존에는 부정부패, 경제, 선거, 노동, 언론, 기타 주요사건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반면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사건)에 관해서만 수집이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현 정부는 ‘범정’으로 불리는 대검 정보수집 부서의 기능을 연이어 축소해왔다. 이번 조치는 세 번째다.

1995년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에 범죄정보관리과가 설치된 이후 1999년 ‘범정’이란 명칭으로 요약되는 범죄정보기획관실이 별도 부서로 독립했다.

그로부터 20여년 만인 문재인정부에서 ‘범정’이라는 명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대신 수사정보정책관이 신설됐고, 사회 동향이 아닌 오로지 범죄 관련 정보만 수집·검증하도록 기능이 대폭 축소됐다.

2020년에는 수사정보담당관실로 명칭이 바뀌었고 조직의 규모도 줄었다. 기존에는 차장검사급인 수사정보정책관을 중심으로 부장검사급인 수사정보1·2담당관이 각각 정보의 수집과 검증을 맡았는데, 이를 수사정보담당관 1명으로 줄였다.

지난해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했던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등에 연루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추가 조치가 이어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고발사주 사건을 대단히 중대한 사건으로 평가한다”며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존치할 필요가 있나. 저는 일단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일부 개정 이유에 대해 “수사정보의 자의적인 수집·이용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며 “검찰의 수사정보의 수집·관리·분석 기능과 검증·평가 기능을 분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