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은 알뜰폰사업 ‘리브M’ 집중
우리·하나은행도 블록체인·미술품사업 진출
대출사업 레드오션화… 새 먹거리 발굴 차원
국내 시중은행들이 전통적인 은행사업을 넘어 통신·배달·미술품 등 신사업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금융정상화가 이뤄지고 나면 기존의 대출 위주 사업모델만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7일 신한은행은 자사 은행이 서비스하는 배달 앱 ‘땡겨요’에 특화된 PLCC카드 3종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카드 종류에 따라 땡겨요 앱 결제 시 10% 할인, 커피숍·편의점 할인 등 혜택이 주어진다.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출시해 시범 서비스 중인 음식 배달대행 플랫폼이다. 현재 강남 서초 송파 등 6개 서울 지역구에서 운영 중이며 오는 4월 서울 전 지역에서 영업을 개시한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자사 알뜰폰 통신사업 브랜드 ‘리브M’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타사 대비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우며 MZ세대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출시된 청년희망적금과 연계해 적금상품에 가입할 경우 2만원대 초반에 무제한 인터넷 요금제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알뜰폰 이익단체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국민은행을 향해 “과도한 출혈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우리은행, 하나은행도 각각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옥션 업체와 연계한 미술품 매매 플랫폼 개발 등에 몰두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이 같은 사업들은 얼핏 보기엔 은행의 본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배경에는 은행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더 이상 전통적인 대출사업만으로는 성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에 비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신사업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다.
은행들의 이 같은 판단에는 대출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깔려있다. 우선 최근 몇 년새 대출시장 경쟁자가 크게 불어났다. 2016년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일반신용대출에 이어 올해부터는 기업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은행의 전통적 사업영역에도 발을 내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편의성을 앞세운 빅테크와의 경쟁도 골칫거리다. 기존에는 대출 수요자들이 은행을 내방해 자금을 빌렸다. 하지만 최근 핀크, 핀다 등 대출 중개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며 은행의 기존 역할을 잠식해가는 실정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출 희망자와 개인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P2P 대출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며 대출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더 이상 순수하게 은행 업무만 보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수익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배달, 통신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확대해 은행이 ‘일상종합플랫폼’으로 거듭나지 않는 이상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