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에서 대놓고 러시아 편을 들다 뺨을 맞은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이 결국 반역죄로 붙잡혔다.
올렌산드르 포레비스키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시의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친러시아 성향 정당 ‘플팻폼포라이프’ 소속 네스토르 슈프리치 의원이 반역 혐의로 구금됐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진에는 슈프리치 의원의 눈 주변이 검은색 테이프로 감긴 모습이 담겼다. 슈프리치 의원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크림반도) 강제 합병에 대해 “전쟁이나 침공이 아니다”고 발언한 대표적인 친러 인사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 보도에 따르면 슈프리치 의원은 우크라이나 206방어대대와 인근을 촬영하던 중 군부대에 체포됐다. 체포 과정에서 그의 경호원은 군부대를 향해 총을 쏘며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프리치 의원은 군부대가 아닌 지역 문화 기념물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등록되지 않은 소총, 권총 등 총기를 소지하고 있어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등록되지 않은 총기를 어떤 방식으로 구했는지, 왜 저항했는지 등은 대답하지 않았다. 206방어대대는 그의 최종 처분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슈프리치 의원이 뺨을 맞은 건 지난달 18일 우크라이나의 TV 생방송 토론 프로그램 ‘사빅 슈스터의 언론의 자유’ 방송에서였다.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들이 모인 이날 토론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열렸다.
슈프리치 의원이 뺨을 맞은 이유는 러시아를 두둔했기 때문이다. 슈프리치 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살인자이자 범죄자인가’라는 질문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바 있다.
슈프리치 의원의 친러 발언에 참지 못한 유리 부투소프 기자는 슈프리치 의원 발언 도중 그의 뺨을 때렸다. 이후 1분간 난투극이 펼쳐졌다. 다른 패널이 싸움을 말린 뒤에도 둘 사이에는 크고 작은 신경전이 이어졌다. 함께 토론에 참석한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스튜디오에 러시아 요원이 있다”며 슈프리치 의원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