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러시아는 테러리스트 국가입니다. 푸틴은 제2의 히틀러입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폴리나씨가 6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한국말로 또박또박 연설했다.
그는 “러시아가 저지르는 전쟁 범죄를 주목해달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파괴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국민을 학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국민을 나쁜 정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러시아의 전쟁 명분은 말도 안 된다”며 러시아 제품과 문화, 스포츠 행사를 모두 거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폴리나씨를 비롯해 한국에 체류 중인 300여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3살 된 딸이 ‘총알, 총알 날아’라고 소리지르며 악몽에서 깨는 일이 일상이 됐습니다.”
키이우(키예프)에서 피란 온 카테르나씨의 편지를 그의 친구가 대신 낭독했다. 카네르나씨는 러시아의 포격 후 키이우에서 15시간을 걸어 작은 도시로 도망쳤지만, 그곳마저 안전하지 않아 어린 자녀들과 지하실에 대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사이렌의 굉음이 울릴 때마다 아이들이 극심한 공포에 울고 지하실에 있기 싫다고 비명을 지른다”며 “(딸에게) 최고의 선물은 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인생 최고의 선물을 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국제사회의 연대를 요청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가 싸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한국에 체류중인 드므트로씨는 “한국은 평화로운 민주화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해냈다”며 “현재 우크라이나도 같은 싸움을 하고 있다”고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어 “침략국인 러시아가 우리 가족과 친구들을 학살하고 우리의 땅을 초토화하지 못하도록 그들과의 경제적 협력을 중단해달라”며 한국의 연대를 요청했다.
드므트로씨는 “러시아의 목표는 소련시절로 세계를 재편하는 것”이라며 “푸틴은 망상에 빠진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이 세상을 ‘뜨거운 전쟁’에 빠트려 ‘냉전’에서의 패배에 복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는 한국어에 능숙한 우크라이나인들과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 학과 소속 학생들이 홍보와 진행을 도왔다. 참가자들은 러시아의 침략전쟁으로 희생된 우크라이나 군인, 민간인들을 위해 묵념하고, 우크라이나 국가를 제창했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전쟁이라 해도 ‘민간인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지만 러시아는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며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쟁 중단을 호소하며 ‘평화를 위한 행진’도 벌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손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마스크에는 노란색과 파란색 물감으로 우크라이나 국기를 그린 채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은 협상 불가능한 것”, “러시아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혔다”, “푸틴은 대량학살을 중단하라”와 같은 문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행진하며 한국인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황서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