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여성 목사 안수하라고 하세요!” 김은경 기장 총회장

입력 2022-03-07 18:31 수정 2022-03-08 09:05
김은경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이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빨리 여성 목사 안수하라고 하세요.” 주요 교단 첫 대표인 김은경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은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여성 목사에게 안수하지 않는 교단에 대한 의견을 묻자 경쾌한 목소리로 이렇게 간명하게 답했다. 국민일보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국내 주요 교단의 여성 목사 안수 현황을 7일 확인했다. 10개 교단 중 예장 합동·고신·합신 3개 교단이 여성에게 안수하지 않고 있다.

김 총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2008년 그가 총회 부서기로 일할 때다. 제주도에서 예장 통합·합동·고신·합신 교단이 제주도 선교 100주년 기념한 행사가 있었다. 그가 총회 임원 자격으로 회의장에 입장하려고 하자 누군가 제지했다. “여긴 임원들이 회의하는 곳입니다.” 그곳에 있던 이들 대부분은 여성이 총회 임원을 하는 목회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픽=이영은 기자

김 총회장은 “아직도 다수 장로 교단이 여성에게 안수를 주지 않는다니 참 안타깝다. 여성들은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상상력과 창조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불평등이 심화하고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우리 목회 현장에 꼭 필요하다”며 “주요 교단들이 여성 목사 안수를 가능한 빨리 해, 남성과 여성이 손잡고 한국교회를 아름답게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9월 총회에서 총신대 신대원 여성 졸업자에게 목사 안수하는 안건을 산하 신학부 보고에 따라 보류했다. 총신대는 국내 최대 기독교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산하 신학교다. 배광식 총회장은 “아직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하지만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여성 선교사, 군목 등에 대해 순차적으로 안수하는 것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총회 신학부 관계자는 “현재 기류는 반대가 많지만 5~10년 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광식 예장합동 총회장. 국민일보DB

예장고신(총회장 강학근 목사)은 성경적 원리에 따라 안수하지 않지만 목회적 필요가 생기면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남편이 아내의 의견을 반영해 교회에 전달하는 개혁 교회 운영 원리에 기반한다는 설명이다. 이영한 예장 고신 사무총장은 “일본 개혁 교회 3분의 1정도는 후임자가 없어 강단이 무너지면서 여성 안수를 고려했다”며 “우리도 만약 그런 시기가 오면 논의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예장합신(총회장 김원광 목사) 관계자는 “과거 총회에서 격론 끝에 허용하지 않는 걸로 결론 냈지만 여성이 교육 선교 봉사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장합신 총회신학위원회는 2017년 “여성 목사 안수는 하나님 창조 질서의 근간에 속한다. 성경은 여성을 목사로 세우는 것을 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총신대 채플 전경. 총신대 제공

하지만 여성 안수에 반대하는 주요 교단의 신학적 근거에 대해 반론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박보경 장신대 교수는 “여성 안수 반대에 대한 성경적 근거는 가부장적 관점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오류”라며 “구약 시대 드보라와 같은 여성 사사가 있었고 예수님의 제자 중에도 마리아 등 여성들이 있었다. 여성에게 잠잠하라고 한 본문(고전 14:34)은 당시 고린도교회의 독특한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가 1955년 한국 최초로 여성 목회자를 배출한 이래 주요 교단의 여성 안수는 확대되는 추세다. 2004년 여성 안수를 가결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지형은 목사)의 경우 여교역자전국연합회와 여전도회전국연합회 등이 거의 십수년 동안 계속 각 지방회를 설득해 여성 안수 안이 통과됐다. 교단 내 여성 단체와 목회자들이 힘을 모은 결과다.

강주화 최기영 임보혁 박용미 박지훈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