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넘어선 원유 ETN… 대형주는 급락 [3분 국내주식]

입력 2022-03-07 18:23
휘발유 가격이 7일 서울의 한 셀프 주요소에서 1800원대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증권시장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드러내자 국제유가가 크게 치솟은 영향을 받았다. 외국인과 기관 중심의 매물이 쏟아졌다. 2조원 규모의 개인 순매수세도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코스피 지수는 7일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에 마쳤다. 투자자별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이 1조1821억원, 기관이 9599억원씩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는 2조1075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는데, 2조8030억원을 사들인 지난해 8월13일 이후 최대 규모의 순매수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42포인트(2.16%) 내린 881.54에 거래를 종료했다.

1. 유가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30달러 선을 돌파했다. 브렌트유는 이날 장 시작과 함께 18% 급등,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8년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장중 130.5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역대 최고인 2008년 7월의 배럴당 147달러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유럽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영향으로 보인다.

정유 업종 대장주로 꼽히는 에쓰오일(4.35%)을 비롯해 극동유화(10.94%), 코스닥 상장사 흥구석유(5.26%), 중앙에너비스(1.50%) 등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14년 돈바스 전쟁과 2018년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를 복기해 지금의 높아진 유가 수준이 3~7개월간 유지될 가능성을 전망했다. 다만 “이란 핵 협상 타결 등 미국의 계획이 차례대로 성사 시 가격은 단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공급 이슈와 별개로 글로벌 경기가 정점을 통과한 상황에서 후행적으로 반영될 수요둔화 역시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2. 유가 상장지수상품(ETP)

유가 상승으로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상장지수펀드(ETF)도 급등세를 보였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이날 34.61% 오른 317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33.98%),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33.24%),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33.15%)도 30%대 이상 급등했다.

개별종목의 가격제한폭은 ±30%이지만, 추종 상품·지수 등락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가격제한폭이 ±60%가 적용된다.

ETF 수익률도 덩달아 뛰었다. ‘KODEX WTI 원유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5.95% 상승해 1만9660원을 기록했다. ‘TIGER 원유선물Enhanced(H)’은 15.99%,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H)’는 8.43% 상승했다.

3. 시총 상위주 급락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심리가 커지며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자 외국인 보유 비중이 큰 대형주는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96%(1400원) 하락한 7만1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이후 넉 달 만에 장중 6만원 대로 내려가기도 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3.21% 떨어진 6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른 시총 상위종목들도 내림세를 피할 수 없었다. 시가총액 2·3위 LG에너지솔루션과 SK하이닉스는 각각 3.38%, 4.02%씩 하락 마감했다. 정보기술(IT) 주도주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3.31%. 3.27%씩 떨어졌고 LG화학도 3.93%로 비교적 큰 낙폭을 보였다. 현대차는 2.61%, 삼성SDI는 3.22%씩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지금의 하락장을 과매도 형성 구간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전면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등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가능성은 낮은 만큼 적절한 매수에 나서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날 하루 2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에게 힘을 실어 주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리포트에서 “지금 주식시장은 상상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를 반영했다. 공급망 차질 개선 신호, 노동 공급 확대 등 펀더멘털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며 “코스피 지수가 2600선으로 내려간 만큼 분할 매수를 권고한다”고 분석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여의도 산책. [3분 국내주식]은 동학 개미의 시선으로 국내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루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