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필요할 경우’를 전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중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유엔 차원의 규탄 결의안을 찬성하지 않고 기권한 국가 중 하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전부터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침략을 암묵적으로 용인했다는 서방 세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온라인판 인민망은 7일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질문을 받고 “화해를 촉구하기 위해 건설적 역할을 계속하고, 필요할 때 국제사회와 함께 중재에 나서겠다”는 왕 부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왕 부장은 전쟁을 멈출 방법을 ‘러시아의 철군’보다 ‘우크라이나와 화해’로 제시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어지는 러시아군의 군사작전을 침략으로 규정하지 않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이웃이자 전략적 동반자”라고 규정해 기존의 우호 관계를 재확인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 대규모 피란민 발생을 언급하며 “인도적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달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전부터 러시아와 강한 유대를 과시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림픽 개회식을 맞이해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미국과 영연방 국가들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반미 2강’인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 간 협력으로 밀월 관계를 강화한 셈이다.
당초 푸틴 대통령이 올림픽 기간인 지난달 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정보당국에 포착됐지만, 러시아군은 올림픽 폐막 나흘 뒤에야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들어갔다.
중국은 지난 3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긴급특별총회 결의안에서 인도 파키스탄 이란과 함께 기권했다. 기권한 회원국은 35개국이다. 침략의 당사자인 러시아, 맹방인 북한 등 5개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193개 회원국 중 141개국이 찬성한 결의안은 결국 채택됐다. 중국은 북한처럼 반대하지 않았지만 기권으로 친러 행보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