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격리 선거인의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서 벌어진 기표 투표용지 배부와 쇼핑백·바구니 보관 등의 사건은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 주장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유감을 표하고 선관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만큼 이번 사태는 논란을 넘어 비밀·직접선거 원칙 훼손 사례로도 남게 됐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형사처벌을 논하려면 쇼핑백 보관 등의 행위가 실무선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선관위원들에게 보고되고 결정된 것인지 그 과정과 범위부터 우선 복원돼야 한다고 법률가들은 말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 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노 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대검찰청이나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선관위의 관리 부실 차원이 아니라 엄연한 법령 위반행위라는 것이다. 선거인들이 직접 투표함에 투표지(기표한 투표용지)를 넣지 못한 것, 투표지가 쇼핑백이나 쓰레기봉투 따위에 담겨 제삼자 노출 가능성이 있게 된 것 등이 모두 공직선거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러한 절차들이 위법했으며, 선관위 지휘부에게는 투표사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끔 한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혼란한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점, 결과적으로 국민투표 관리에 공정을 기하지 못한 점은 직무유기로 따져져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성명에서 볼 수 있듯 고발에 직접 나서지 않았더라도 선관위를 상대로 경위 파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법조계는 아직 사실관계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단계라 노 위원장 등의 형사처벌 여부를 언급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쇼핑백 보관 등이 누구의 의사결정이며 선관위원과 실무자들이 어느 정도로 인지한 것이었는지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투표지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옮긴 것은 따져볼 여지가 있겠지만, 왜 그렇게 했는지 등 정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법관은 “구체적인 정황이 없이 언론에 드러난 정도만으로는 형사적 책임 여부를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의 본업이 대법관이고 선관위원장 역할은 비상임임을 감안하면, ‘충분한 관리통제’의 문제를 진지하게 지적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형사처벌 여부를 떠나 선관위의 책임론은 향후 거세게 일 전망이다. 많은 법률가들은 “부정선거 거론은 음모론에 가깝다”면서도 “혹 근소한 차이로 당선이 결정되면 무효 소송이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투표장에선 가림막 속에서 기표하고, 남이 못 보도록 본인이 직접 투표함에 넣던 선거의 원칙이 다 깨져 버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 교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는데 그것이 선관위가 한 일이라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원 박성영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