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본업인 ‘결제’ 기능을 무기로 암호화폐와 NFT(대체불가토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카드사들은 일찌감치 코인 거래소와 협업해 암호화폐 기반 카드를 출시하고 NFT 결제 기능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비씨카드가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 잇따라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신용이 아닌 코인으로 결제하는 카드가 보편화될 날이 가까워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비씨카드는 지난 4일(현지시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 신용카드사 비자(VISA)와 싱가포르의 크립토닷컴 본사에서 MOU를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3사는 공동 연구 및 협력을 확대해 향후 암호화폐 기반의 ‘크립토닷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카드는 크립토닷컴 이용자들에게 코인 매매·플랫폼 이용 관련 혜택 등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출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비씨카드와 비자의 프로세싱 및 디지털 역량을 결합하고, 크립토닷컴과 적극 협업해 고객에게 혁신적인 디지털 금융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블록체인 사업 분야에서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두나무와 MOU를 맺고 메타버스 카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현실에서 카드로 결제한 상품을 가상세계에 NFT로 구현해 양자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른 카드사들도 인력 보강에 나서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주 블록체인 개발·기획 부문 경력자를 선발하겠다는 공고를 올렸다.
해외 주요 카드사들은 결제 기능을 블록체인 산업으로 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비씨카드와 손을 잡은 비자는 암호화폐를 결제에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비자는 2018년부터 크립토닷컴 발행 코인인 ‘크립토닷컴체인’에 기반한 직불카드를 발행해왔다. 현재 크립토닷컴 외에도 65개사와 제휴를 맺고 암호화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자사의 암호화폐 카드로 총 25억 달러(약 3조원)가 결제됐다고 밝혔다.
비자의 라이벌 마스터카드(MA)는 지난 1월 코인베이스와 NFT 결제 계약을 체결했다. 코인베이스의 NFT 플랫폼에서 마스터카드로 NFT 상품을 매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와 제휴를 맺고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한 직불·신용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여신금융연구소는 ‘2022년 글로벌 지급결제 주요 트렌드 및 전망’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기반 신규 결제 수단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최민지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FT와 스테이블코인, 디지털화폐(CBDC) 등이 기존 결제 수단과 공존하며 시장 내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급결제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카드사 등 금융회사와 핀테크 간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