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값이 지난해와 비교해 70% 폭락했다. 코로나19로 양파 수요가 줄면서 저장양파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다. 가격이 폭락하자 일부 농가는 양파밭을 갈아엎고 있다. 농가에선 정부의 수급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오는 10일 상경시위까지 계획하고 있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aT)에 따르면 양파 도매가는 1㎏에 585원으로 평년(1299원)보다 55.0%나 떨어졌다. 1년 전(2042원)과 비교해 71.4%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양파값이 예년보다 배 이상 뛰면서 ‘금양파’로 불렸지만, 올해는 1㎏에 500원대까지 떨어지며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가격 폭락의 이유로 재고물량이 지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양파 재고량이 17만6000t으로 평년(15만5000t)보다 13.9% 늘었다고 밝혔다. 재고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량이 급감해서다. 일반적으로 4~5월 햇양파 출하 전에는 직전 해에 수확해 저장한 양파를 소진한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식당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양파 수요는 급격하게 줄었다.
농가에선 정부의 수급 정책이 실패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햇양파 출하를 앞두고 일부 농가에선 밭을 갈아엎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지난달 23~24일 전남 고흥군에서 양파밭을 트랙터로 갈아엎는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오는 10일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 캠프 앞에서 저장양파 즉시 수매 등 가격 안정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양파값 하락은 이달 말까지 지속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저장량이 증가하고 소비 부진으로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파 수급대책이 계획대로 이행되면 가락시장 도매가 기준으로 지난달 1㎏에 449원에서 500원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달 2021년산 저장양파 2만t의 출하를 5월로 연기하고, 2022년산 제주도 조생종양파 44㏊는 산지폐기하기로 했다.
한편, 대형마트 등에서 파는 양파의 가격은 예년과 비슷해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양파 소매가는 1㎏에 1995원으로 평년(2334원)과 큰 차이가 없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식자재용이나 공장용인 중~하 등급 양파값은 많이 떨어졌다. 다만 지난해 작황이 안 좋다 보니 마트나 백화점에서 파는 상 등급의 제품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많이 내려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양파값이 오르자 대형마트들이 자체적인 마진 투자와 연간 계약재배 등으로 가격방어를 했다. 그러다 보니 도매 시세가격 변동만큼 소비자가격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