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5)씨는 첫 아이를 임신한 지 38주차에 접어들었다. 그는 지난해 마스크를 쓰고 결혼식을 올리긴 했지만 임신을 망설이진 않았다. ‘설마 출산일까지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될까’ 하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출산예정일을 2주 정도 앞둔 요즘엔 가족조차 마주하기 겁난다. 출산 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씨는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과의 접촉도 꺼려 서초구 친정에서 지내왔다. 얼마 전엔 함께 지내던 모친이 확진돼 가슴이 철렁했으나 다행히 자신까지 감염되진 않았다. 그는 “출산까지 완전히 혼자 지내는 ‘셀프격리’도 생각해봤다”며 “(확진) 임신부가 헬기를 타고 수백㎞를 날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확진이 되면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아야 하나”라며 걱정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 연속 20만명대를 기록하면서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상이 여전히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데다 병상이 확보된 곳도 현장 혼란을 이유로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아 임신부가 미리 대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7일 코로나19 확진 임신부 분만병상은 전국 총 27개 기관에 160개가 확보됐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수도권·강원도에 58개, 충청권에 7개, 호남권·제주도에 10개, 영남권에 86개가 확보되어 있다”고 했다. 다만 중수본은 “(수치상의) 분만 병상이 실제 가동되는지에는 분만실과 신생아 격리실, 전문의료진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을 붙였다. 제때 운영 가능한 분만실은 더 적다는 걸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확진 임신부의 분만병상 부족 문제는 계속 심각해져가는 중이다. 지난달 27일에는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임신 36주차 A씨(36)가 양수가 터진 채 하혈하다가 직선 거리 300㎞가 넘는 진주까지 날아가 겨우 출산하는 일도 있었다. A씨는 충남 천안까지 구급차로 간 다음 헬기를 타고 경남 진주 소재 대학병원까지 이동해야 했다.
방역당국의 병상 추가 확보 목표도 계속 어긋나고 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달 22일 회견에서 “현재(당일 기준) 82개 병상이 확보됐다. 2월 중 200개 병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흘 뒤인 25일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252개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이후 열흘 넘게 지났지만 실제 확보 병상은 최초 제시 목표치인 200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일선 병원에 협조를 구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관련 지침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박 반장은 “지침은 마련 중”이라며 “일반병상 감염관리지침이 질병청에서 변경 중이라 이번 주 중 (일선 병원에)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침과 별개로 임신부 본인이 다니던 병원에서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여부를 논의 중이다. 현장에 충분히 전달되진 않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