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북지역 대규모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주 최대 축제인 들불축제 일정이 다가와 행사를 주관하는 제주시가 난감한 상황이 됐다.
7일 제주시에 따르면 ‘들불, 소망을 품고 피어올라!’를 주제로 한 제24회 제주들불축제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원에서 열린다.
매년 3월 열리는 들불축제는 묵은 풀이나 가시덤불, 진드기 등 각종 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새 풀이 돋아나기 전 목초지에 불을 놓는 제주 방애 풍습을 축제로 재현한 행사다. 1997년부터 매년 제주시가 개최하고 있다.
축제 기간 사람들은 오름에 붙은 장엄한 불을 보며 한해 액운을 사르고 새해 소망을 기원한다. 독특한 야경을 보기 위해 도외에서도 많은 인파가 제주로 몰린다.
제주들불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는 등 국내 많은 축제 중에서도 으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는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드라이브스루와 주요 행사 장면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온택트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축제 최대의 볼거리인 오름 불 놓기가 올해 만큼은 반갑지 않다는 데 있다.
동해안 대규모 산불로 서울시의 25%에 가까운 면적이 불에 타고 주택 수백 채가 전소해 정부가 특별재난지역까지 선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50년만의 최악의 가뭄과 강풍으로 올 들어 전국(261건)엔 지난해 같은 기간(126건)보다 2배 많은 산불이 발생했다.
정부는 7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산불 방지를 위한 국민 협조를 당부했다. 이달 5일부터 4월 17일까지를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해 24시간 산불방지대책본부 운영에 들어갔다.
일단 제주시는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동해안 산불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긴 했다”면서도 “들불축제 행사장 주변에 민가가 없고 화재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