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서 발견 된 ‘회사 욕’ 수첩에 도움받기도”… ‘좋좋소’ 남현우 인터뷰

입력 2022-03-07 16:54

근로계약서보다는 ‘믿음’으로 일한다는 회사, 사내 복지는 컵라면과 믹스커피. 중소기업의 ‘웃픈’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하이퍼 리얼리즘 웹드라마 ‘좋좋소’는 이제 시즌 4의 막을 내렸다. 주인공 조충범 역할을 맡은 배우 남현우를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그는 중소기업에 갓 취직해 힘든 적응기를 겪는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시청자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1~7월 유튜브에서 공개된 ‘좋좋소’ 시즌 1~3은 대부분의 회차가 100만 조회 수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시즌4부터 왓챠플레이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배우로서 남현우는 조충범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이대자 조충범 특유의 일그러지는 미소를 보여줬다.

시즌3까지 ‘좋좋소’는 실제 부산의 빈 중소기업 사무실에서 촬영했다. 남현우는 “예전에 직원들이 쓰던 책상이 그대로 있었는데, 서랍 안에 회사 욕을 가득 적어 놓은 수첩이 있었다. 살벌했다”며 웃었다. 그는 “그걸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연기를 할 때 도움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권현구 기자

극 중 조충범이 다니는 ‘정승 네트워크’는 체계가 없다. 근로계약서는 아무렇게나 작성하고, 승진은 사장 마음대로다. 어느 날 갑자기 대리라고 부르면 대리가 된다. 월급은 가끔 밀리고, 퇴직금을 받으려면 사장과 담판을 벌일 각오를 해야 한다.

배우들도 촬영하면서 “진짜 이런 일이 있다고?”라며 놀라는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극 초반에 조충범이 ‘그만두겠다’는 말도 없이 점심시간을 틈타 도망을 치는 장면이 있다. 이른바 ‘추노’다. 남현우는 이런 일이 실제로 빈번하다는 시청자 반응을 보고 더욱 놀랐다고 했다.

그는 조충범이란 인물이 겪는 역경에 공감하면서 연기에 임했다고 했다. 조충범이 출장지에서 하루 종일 고생하고도 ‘잘하는 게 하나도 없냐’는 핀잔을 들을 때는 실제로 씁쓸함을 느꼈다고 했다. 남현우는 “충범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들고 나오면서 어머니에게는 ‘저녁에 맛있는 거 먹을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며 “힘든 건 부모님께 알리기 싫은 그 심정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오는 8일 공개되는 시즌5에서도 조충범이 제시한 아이디어는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묵살된다. 남현우는 “(극 중에서) 이런 일이 몇 번 쌓여서인지 촬영이 끝나고 실제로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다.

그는 회사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연기를 본 시청자들은 “현실에 있는 사람 같다”며 크게 공감했다. 남현우는 “마침 내가 맡은 역할도 사회초년생이라 어수룩한 부분이 더 자연스럽게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좋좋소’는 그가 출연한 첫 드라마다. 그는 부산예술대 연극과를 졸업한 후 2015년부터 활동했다.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뜨거웠다. 남현우는 “부산에서 연극을 할 때 편의점, 음식점 서빙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월세를 충당하곤 했지만 한 번도 연기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