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과학적 원인 규명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붕괴한 201동 39층 옥상의 최초 붕괴는 임의 구조변경과 무지보 공법(데크플레이트)에 따른 초과 하중, 16개 층 연쇄 붕괴는 연속적 충격하중과 콘크리트 품질 불량에 의한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분석이 처음 나왔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7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 의견서를 중심으로 최초·연쇄 붕괴원인 분석결과를 밝혔다.
수사본부는 공단 의견서를 토대로 최초 붕괴의 원인을 임의 구조변경에 따른 39층 PIT(설비)층 데크플레이트(받침대) 공법 적용과 하부층 동바리(지지대) 제거에 따른 설계 하중 초과로 꼽았다.
기존 설계와 달리 수십t의 T자형 받침대를 사용하는 데크플레이트 공법으로 변경하면서 초과 하중을 바닥 면에 얹히게 된 만큼 구조변경 진단을 다시 받아야 했지만 이를 임의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상층인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들이붓는 작업 하중이 더해졌고 아래 3개 층(PIT·38·37층)에 수직 하중을 지탱할 동바리조차 설치하지 않아 상부 하중을 견디지 못한 PIT층 바닥이 힘없이 내려 앉아 최초 붕괴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38층부터 23층까지 이어진 16개 층 연쇄 붕괴는 PIT층 바닥에서 시작된 붕괴 직후 연속적 충격 하중에다 무량판 공법의 구조적 취약성, 콘크리트 품질 불량 등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상층부터 무너져 내린 수직 하중에 추락 높이·속도에 따른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연쇄 붕괴 원인응로 작용했다. 경찰이 자문을 구한 한국건설품질연구원 전문가는 '무게 1t 콘크리트가 3m 아래로 떨어질 때는 3.8t의 하중을 가한다’고 밝혔다.
지지보·내력벽이 상대적으로 적은 ‘무량판 공법’과 콘크리트 양생 불량도 연쇄 붕괴원인으로 제기됐다.
실제 붕괴사고 직후 겨울철 눈이 오는 날씨에도 콘크리트 양생을 강행하고 보양 천막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폐쇄회로(CC) TV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붕괴현장 현장감식에서 수거한 67개의 콘크리트 시료와 철근과의 부착 강도가 낮은 점 등도 부실한 시공 품질관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콘크리트 구조 설계 기준 측정결과를 토대로 상층부 콘크리트 유화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물을 탔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 분석 결과가 도착하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붕괴 원인·책임자 규명 분야 15명, 계약·인허가 비위 분야 5명 등 관련 입건자 19명(1명 중복) 가운데 과실 책임이 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등에 나설 방침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공단 의견서는 그동안 확보한 증거자료를 근거로 파악한 붕괴 주요 원인과 일치한다”며 “하부층 동바리만 제대로 설치됐고 충분한 구조변경 검토만 이뤄졌다면 연쇄적 붕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