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서 시작해 강원 삼척까지 번진 대형 산불이 담뱃불로 촉발한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나오면서 단속 당국이 용의자와 발화 원인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로선 최초 발화 직전에 발화 지점을 지나간 차량을 특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7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경북 울진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해 강원 삼척 등지로 번진 산불이 담뱃불로 인한 ‘실화(失火)’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산림청 조사감식반은 지난 6일 최초 발화 추정지점을 발견했다. 산림청은 산불이 진압되는 대로 경찰·소방과 함께 정밀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초 발화지로 지목된 곳은 사람의 왕래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로 옆 배수로다. 배수로 밑에서 시작된 불씨가 산 위쪽으로 번진 흔적도 발견됐다. 이곳을 중심으로 100m 이내에는 펜션 이외의 다른 시설물이 없고, 화재 발생 당시 인적이 없었던 점 등을 볼 때 지나던 차량에서 버려진 담배꽁초에 의해 산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상황이다.
최초 발화지 인근 주민들은 “차를 타고 지나가던 누군가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던져 불이 났을 수 있다고 본다”며 “이번 산불이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온 만큼 끝까지 추적해 실화자를 검거한다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최병암 산림청장도 브리핑에서 “길가에서 발화했기 때문에 담뱃불이나 기타 불씨로 인한 실화가 요인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화재 당일인 4일 발화 추정지점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오전 11시 7분과 12분, 13분 각각 차량 3대가 차례로 지나가고 직후인 오전 11시 15분쯤 도로 인근 야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곧 주변 산 전체로 불길이 확산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산림 당국은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화재 발생 전 10분 사이 지나간 차량과 운전자를 파악하는 중이다. 다만 정확한 차량 번호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전날 진행한 산림청 조사에서 담배꽁초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담배를 창밖으로 털어서 끄는 과정에서 불씨가 야산으로 옮겨 붙었을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또 다른 요인에 의해 산불이 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할 계획이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 전문조사관은 “현장 주변에 차량 진·출입도 많고 민가도 있기 때문에 실화적인 요인, 방화적인 요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울진=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