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산불 연기…헬기 못 떠 진화 ‘거북이 걸음’

입력 2022-03-07 15:58
7일 오전 11시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가곡리가 산불 때문에 발생한 연기로 가득차 있다. 삼척시 제공

7일 낮 12시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가곡리에 산불 헬기의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일대를 뒤덮고 있던 산불 연기가 사라지면서 헬기를 이용한 진화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헬기들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기슭에 물을 계속해서 뿌려댔고, 산에 피어오르던 불길도 점차 사라졌다.

산림 당국은 이날 일출과 동시에 헬기를 총동원해 불을 끄려 했다. 그러나 한 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은 안개와 연기가 헬기를 지상에 꽁꽁 묶어 놨다. 불이 나면서 발생한 연기가 퍼지지 못하고 산 주변에 머물러있어 시야 확보가 전혀 되지 않았다. 어디가 산이고, 하늘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삼척 산불은 원덕읍 사곡리 일원만 끄면 모두 진화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곳의 지형이 가파르고 절벽으로 이뤄져 있어 사람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헬기가 뜨지 못하자 삼척시 공무원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7일 오후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가곡리의 한 야산에서 산불 진화헬기가 불이난 곳에 물을 뿌리고 있다. 삼척시 제공

삼척시 관계자는 “자칫 헬기를 가동할 경우 고압전선이나 송전탑에 헬기가 걸려 사고가 날 수 있고, 앞이 보이지 않아 어디에 불이 났는지도 판단할 수 없었다”며 “연기가 야속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원덕읍을 자욱하게 덮고 있던 연기는 정오쯤이 되자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과 동해시도 이날 오전 연기 때문에 애를 먹었다. 메케한 연기는 산불 발생지역은 물론 동해 시가지 전체로 퍼져나갔다. 황사가 발생한 것처럼 하늘은 뿌연 연기로 덮였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동해안 지역엔 초속 1.1~1.8m의 약한 바람이 불었다. 이로 인해 연기가 빨리 빠져나가지 않아 이날 오전 11시 시정은 2.3㎞에 불과했다. 맑은 날 낮 시간대 평균 시정은 40㎞, 구름이 끼었을 땐 30㎞ 정도다.

강릉과 동해의 산불은 이날 모두 큰불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연기로 인해 진화가 늦어지고 있다. 동해에서 발생한 연기가 바람을 타고 30㎞가량 떨어져 있는 강릉 도심까지 번지면서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산불이 난 게 아니냐’며 자치단체에 문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릉시는 시민들이 불안해하자 ‘산불 진화 연무가 남풍으로 인해 강릉시 내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창문 닫기, 야외활동 자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안내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했다.

삼척=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