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동풍 전에 주불 막아라”…사활 건 울진 진화작전

입력 2022-03-07 15:19 수정 2022-03-07 15:37
나흘째 울진·삼척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의 한 장뇌삼밭이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나흘째 타고 있는 울진·삼척 산불의 화두를 제압하는 것이 진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소방당국은 위협적인 동풍이 불기 전에 반드시 큰 불길을 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림청은 7일 불 머리인 서쪽 화두 제압을 목표로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주불 진화(전체 화선 제압)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오후 강한 동풍이 불 것으로 예상돼 8일 오전까지는 반드시 주불을 진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화선은 약 60㎞며 진화율은 50% 정도다. 산림당국은 전체 동원 헬기 86대 중 53대를 울진·삼척 산불 현장에 투입했다. 산불진화차 349대, 산불진화대원 5320여명도 투입해 화두 제압에 나섰다. 그만큼 울진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강원도 지역 산불이 울진지역보다 진화가 빨라 강원도 쪽에 투입된 장비와 인력을 울진 현장에 추가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당국은 울진 서남쪽 내륙을 지키기 위해 울진읍 금강송면 소광리와 36번 국도에 방화선을 구축했다. 방어선 뒤에는 금강송 군락지와 울진읍 주거밀집 지역이 있다. 방어선이 무너지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금강송 군락지는 지난 6일 500m 앞까지 산불이 번져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소방헬기를 띄울 수 없게 되자 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산림·소방당국은 밤새 산불 저지 핵심구역에 16개팀 250여명의 산불진화대원을 투입해 산불이 금강송 군락지로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1600㏊의 면적에 수령 200년이 넘은 소나무 8만5000여 그루가 있는 금강송 군락지는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산림유산자원으로 보존 가치가 높다.

산림당국은 일출과 함께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장착한 산불진화헬기 51대를 동원해 피해 방지 작업을 벌였다. 산불진화헬기의 담수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미리 이동식저수조도 설치했다.

경북 울진 금강송 군락지 대왕송 모습. 산림청 제공

그동안 울진·삼척 산불 진화에 가장 걸림돌은 바람이었다. 산불의 확산이 빨라지는 것은 물론 짙은 연기 때문에 헬기의 시야까지 가려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지난 6일 오후 금강송 군락지 500m 앞까지 화마가 덮친 것도 바람의 방향이 예상보다 빨리 서풍에서 북동풍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람과 연기 때문에 공중 진화작업이 어려워지면서 서쪽 지역 화두 진압에 실패해 결국 주불도 잡지 못했다. 밤새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면서 약해졌기 때문이다.

산림 당국이 8일 오전을 주불 진화 데드라인으로 잡은 것도 역시 바람이 이유다. 8일 오후 동해안에서 서남쪽 내륙으로 들이닥치는 동풍이 불면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그전에 큰 불길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진화 현장의 목소리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브리핑에서 “7일 주불을 다 진화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8일 오후부터 위협적인 동풍이 불기 때문에 그 전인 오전까지 반드시 화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산불진화 인력의 노력으로 밤새 금강송 군락지 방어에 성공했다”며 “강원도 산불이 잡히면 울진에 장비를 집중해 핵심산림자산 방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소방당국은 내륙과 해안에서 다르게 부는 바람의 영향으로 야간에 다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가 지역 보호에도 계속 신경 쓰기로 했다.

울진=김재산 최일영 조원일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