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체조선수 이반 쿨리악(20)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지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알파벳 ‘Z’를 부착하고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식장에 등장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차량에서도 목격되는 표시다. 국제체조연맹(FIG)은 조사에 나섰다.
AFP통신은 7일 “쿨리악이 지난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FIG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식에서 ‘Z’ 표시를 유니폼에 붙이고 나왔다”며 “‘Z’ 표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군용 차량에 부착된 문자로, 침략에 대한 지지 의사로 인식된다. FIG 윤리위원회는 쿨리악의 행동을 조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쿨리악은 이 대회 평행봉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시상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금메달리스트는 우크라이나의 일리야 코브툰. 쿨리악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확인되면 징계를 받게 된다. 경기장에선 전쟁 피해국의 정치적 의사 표시도 윤리·징계위에 회부될 수 있다.
반러시아 성향의 미디어 활동을 펼쳐온 벨라루스 언론인 타데우스 긱잔은 ‘Z’를 유니폼 가슴팍에 부착하고 입을 굳게 다문 쿨리악의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하며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지한 행위”라며 “러시아 스포츠의 영구 퇴출을 위해 이것보다 더 확실한 근거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쿨리악이 유니폼 가슴팍에 붙인 ‘Z’ 표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탱크, 장갑차, 수송차량에서도 목격된다. 의미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외교·안보 연구소 우드로윌슨센터의 카밀 갈리프는 영국 일간 데일리 익스프레스에 러시아군의 ‘Z’ 표시를 2가지 의미로 추측했다. 하나는 러시아어로 ‘승리를 위해(Za pobedy)’를 뜻하는 결전 의지, 나머지 하나는 러시아의 ‘서쪽(Zapad)’인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진격 방향이 바로 그것이다.
갈리프는 “그 의미가 무엇이든 며칠 전부터 등장한 이 상징(Z)이 러시아의 새로운 이념과 국가 정체성이 됐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