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강하다” 우크라 선수 WTF 준우승… 조국 응원

입력 2022-03-07 12:11
다야나 야스트렘스카.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조국에서 보트를 타고 피난해야 했던 우크라이나 테니스 선수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겠다”며 상금 전액을 조국에 기부했다.

세계랭킹 140위인 우크라이나의 다야나 야스트렘스카는 6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WTA 투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61위 중국 장솨이에 1대 2(6-3, 3-6, 4-6)로 아쉬운 역전패을 하며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야스트렘스카는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준우승은커녕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던 그는 러시아 침공으로 지하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그는 “지난주 수요일(2월 23일) 저녁만 해도 아무 일이 없었는데 목요일 아침에는 폭탄 소리에 깨야 했다”며 전시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역시 테니스 선수인 동생 이반나와 함께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에 출전하기로 돼있었지만 항공편이 막히자, 보트를 타고 우크라이나 탈출을 시도했다. 그의 아버지는 차를 몰아 이즈마일로 딸들을 데려갔고, 이곳에서 루마니아를 거쳐 프랑스로 보내며 이별했다.

야스트렘스카와 이반나는 지난달 28일 프랑스에 도착해 주최 측 배려로 와일드카드 복식에 출전했지만 1회전에서 탈락했다. 갑작스러운 이별과 이동 등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영향도 컸다

하지만 야스트렘스카는 단식에서 관중들의 응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했고 결승까지 올랐다. 1회전에서 아나 보그단(세계 97위), 2회전 크리스티나 벅사(139위), 준준결승 재스민 파올리니(48위), 준결승 소라나 크르스테아(30위) 등 자신보다 높은 순위의 선수들을 차례로 꺾었다.

야스트렘스카는 결승전 후에 국기를 걸친 채 “고된 한 주였다”며 소회를 밝히며 “나는 수 주 동안 나 스스로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내 나라를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나를 매우 지지해줬다”며 “이곳의 관중들에게 많은 힘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조국에서 전쟁을 치르는 국민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면 ‘당신들을 정말 강하다. 엄청난 정신력을 지니고 있고 나 역시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금(약 1939만원)은 우크라이나에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소셜미디어에도 소감을 남겼다. “이번 주 내 최선을 다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역시 그랬기 때문”이라며 “많은 성원에 감사하다. 영원히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