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양당 후보로부터 만나자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양 후보에게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네 가지를 뽑아 제시하고, 이에 대해 전향적이라면 만나서 대화를 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했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런 문제들을 깊이 고민하고 계신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김 대표는 “(제가 제시한 네 가지 중) 첫 번째는 권력구조 개편안, 개헌이다. 두 번째는 선거법 개정 등 정치교체, 세 번째는 부동산 문제와 교육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 체계를 새로 만드는 것, 네 번째는 제 공약이었던 공동공약추진위원회 설치하는 것”이라며 “윤 후보와는 2월 중하순쯤 만났는데 (제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았고, 같이 좀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전했다.
반면 김 대표는 이 후보와는 세 차례 만났다며 “이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이고 전향적이고 일관됐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자신과 이 후보의 단일화는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단일화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저희는 기득권을 깨기 위해 (단일화를)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기득권에 들어가는 모양을 보고 뭔가 저희가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안 대표는 대선 후 (국민의힘과) 합당 작업을 하겠다고 공식화했다”며 “이제까지 다당제 등 여러 가지 정치개혁을 주장하시던 분이 기득권에 들어가는 모양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직전까지 4자 토론에서 서로 비판하고 싸우다가 갑자기 새벽에 (단일화) 하는 것을 보고 저것은 무엇일까. 가치와 철학의 연대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선거를 의식한 또는 무엇인가를 나누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대선 뒤 민주당과 합당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저희는 저희가 추구하는 시대정신, 기득권 깨기, 정치교체를 하기 위한 차선의, 현실적인 대안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단일화의 조건으로 이 후보가 약속한 개헌 등 정치개혁을 위한 공약을 이 후보가 실제로 실천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첫 번째 만났을 땐 (저도) 믿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제가) ‘이 후보는 어차피 기득권 정당의 기득권 아니냐. 왜 정치개혁을 하려 하느냐’ 이런 얘기를 했더니 이 후보가 ‘나는 변방이었다. 민주당도 바뀌어야 된다. 바꾸고 싶다’는 얘기를 하면서 의지 표시를 했다”고 전했다.
기본소득 등 경제 정책 면에서 이 후보와 생각이 크게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엔 “지금 기재부에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제가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건 아니다. 저는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가 문제라는 얘기를 했다. 관료적 상상력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후보가 얘기한 여러 가지 기본 시리즈나 공약에 있어서 많은 걸 해 주겠다고 하는 부분은 인수위 단계에서 한번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선순위 또는 일의 완급을 조절해서, 하려는 취지와 방향은 맞추되 실제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인수위 과정에서 한번 나름대로 조정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