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면적의 25%를 태워 ‘20년 만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만큼 막대한 피해를 내고 있는 울진 산불은 왜 발생했을까?
아직 산불이 완전 진화되기 전이지만, 발화 지점 인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에서 던진 담배꽁초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은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로다. 발화 지점 인근 CCTV 영상에는 최초 발화 추정 시점인 4일 오전 11시 14분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과 1분여 뒤 불길이 솟아 오르는 모습이 찍혀 있다.
이후 불길은 오전 11시 21분쯤 산 전체로 번졌다. CCTV 영상에는 최초 발화 시점 10여 분 전에 차량 3대가 인근을 지나가는 장면도 담겨있다. CCTV는 발화 지점 주변 개울가를 따라 뻗은 왕복 2차선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발화 추정 지점 기준 100m에는 펜션 이외의 다른 시설물은 없다.
최초 발화지 인근 주민들은 “차를 타고 지나가던 누군가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던져 불이 났을 수 있다고 본다”며 “이번 산불이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온 만큼 끝까지 추적해 실화자를 검거한다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과 산림 당국 등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산불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아직 명확한 산불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진화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합동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등 관련 전문가들은 6일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북면 두천리 야산을 찾아 1차 조사를 끝냈다. 이들은 야산 및 민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불이 번져간 경로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상태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전문조사관은 “현장 주변에 차량 진·출입도 많고 민가도 있기 때문에 실화적인 요인, 방화적인 요인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림 당국 역시 인근 CCTV에 찍힌 영상을 토대로 운전자에 의한 담뱃불 등이 화재 원인이 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림 당국은 해당 차량을 추적해 이번 산불과 연관성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며 관할 울진군도 산불 발생 원인을 조사하는 데 힘을 보탤 방침이다. 경찰 역시 산림 당국과 지자체의 산불 원인 조사를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계획이다.
장찬익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산불과 관련해서 산림청과 지자체의 특별사법경찰이 우선적으로 원인 조사를 하게 된다”며 “산림청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경찰도 최대한 조사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림 당국은 또 다른 요인에 의해 산불이 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산림보호법에는 타인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자기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 실수로 산불을 냈을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형 산불을 계기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실화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대형 산불이 잦은 봄철에 단속과 예방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소중히 가꾸어 온 산림을 산불로부터 지키고, 이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줄이고자 산불 가해자는 반드시 검거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라며 “올해 5월 중순까지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산림 사법 특별경찰관 1400여 명 및 산불 담당 공무원이 전국을 대상으로 산불 방지 기동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울진=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