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도 기적… 우크라이나 테니스 선수, 투혼의 준우승

입력 2022-03-07 11:08 수정 2022-03-07 15:12
우크라이나의 다야나 야스트렘스카가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 단식 준결승에 출전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르고 코트에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 세계 랭킹 140위 다야나 야스트렘스카(22·우크라이나)가 프랑스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에서 준우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주일 전 고향을 떠나 프랑스로 피란한 야스트렘스카는 상금 전액을 조국의 구호를 위해 기부했다.

야스트렘스카는 6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WTA 투어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 단식 결승에서 장솨이(64위·중국)에게 1대 2(6-3 3-6 4-6)로 역전패했다. 비록 졌지만 입상권 성적을 낸 야스트렘스카의 세계 랭킹은 100위권 목전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준우승 상금은 1만4545유로(약 1930만원). 야스트렘스카는 전화에 휩싸인 조국을 지원하는 재단에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야스트렘스카에게 승리는커녕 출전도 기적에 가까웠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태생인 야스트렘스카는 1주일 전만 해도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러시아군의 지난달 23일 침공으로 피란 행렬이 생겼고, 야스트렘스카도 가족과 함께 그 대열에 합류했다. 배를 타고 루미나아에 도착한 뒤 프랑스로 피란했다. 16세 여동생만 데리고 프랑스에 왔지만, 부모와는 배를 정박한 선착장에서 흩어졌다.

여러 고초를 겪고 출전한 리옹 메트로폴리스오픈에서 야스트렘스카는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쳤다. 경기를 마칠 때마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르며 조국을 위해 싸우는 군인, 전장에 남겨졌거나 고향을 떠나 피란한 국민을 응원했다. 야스트렘스카의 WTA 투어 단식 결승에 진출만 해도 2020년 1월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준우승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야스트렘스카는 우승한 뒤 “만약 이 생중계를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인이 있다면 ‘당신은 정말 강인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나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겠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응원해주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