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실험용 원자로 폭발 계획”… 선전전 돌입

입력 2022-03-07 11:02 수정 2022-03-07 13:16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자국 원자로를 폭파해 이를 러시아 책임으로 돌리려는 공작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핵 시설을 파괴한 뒤 그 책임을 우크라이나 측에 떠넘기기 위한 명분쌓기용 선전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아조프 무장세력과 함께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물리학·기술연구소의 실험용 원자로를 폭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조프는 우크라이나의 극단주의 우익 단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조프와 손을 잡고 방사능 오염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에는 1928년 옛 소련 시절 세워진 핵기술 관련 연구소가 있다. 이곳에서 소련의 첫 핵분열 시험이 시행됐다. 소련 최초의 핵폭탄 개발을 담당한 곳도 이곳이다. 하르키우에는 물리학연구소뿐만 아니라 미완성 상태의 원자력 발전소 시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이 핵 시설에서 원자로를 채굴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SBU와 아조프 무장세력이 원자로를 파괴하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제사회에 러시아군이 핵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게 성명의 요지다.

러시아는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도 원전을 포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우크라이나 측 발표를 ‘거짓말’로 규정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원전을 공격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명백한 거짓”이라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국수주의자나 테러단체가 현 상황을 이용해 핵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원전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세르게이 끼슬리쨔 주유엔 우크라이나대사가 러시아대사를 향해 “거짓을 퍼뜨리는 일을 그만 멈추라”고 성토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