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살세] 마스크 1800장 들고 우크라 난민 찾아간 교민

입력 2022-03-07 09:39 수정 2022-03-07 11:21
폴란드에 거주 중인 교민 A씨가 지난 5~6일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마스크 1800장 등 구호물품을 전달한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사진은 A씨가 지난 5일 난민캠프로 출발하기 전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 국기가 마주하고 있는 팻말에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폴란드에 거주 중인 대한민국 교민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난민 캠프를 찾아 마스크 1800장 등 구호물품을 전달한 사연이 소개되면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교민 A씨는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우크라이나 난민캠프 출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이 글에서 “다른 나라도 아니고 제가 있는 나라이니 그분들을 돕는 것이 인간 된 도리가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괜히 방해만 될 수 있다” “한 개인이 물건을 아무리 산다고 한들 그 사람들에게 10% 도움도 못 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꿋꿋하게 우크라이나 난민을 도우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물과 과일 이불 등 100만원 정도(구호물품) 사려고 한다”며 “이동거리는 왕복 12시간 정도”라고 소개했습니다.

폴란드에 거주 중인 교민 A씨가 지난 5~6일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마스크 1800장 등 구호물품을 전달한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사진은 A씨가 구호물품 박스에 붙인 안내문. A씨는 "전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있고 대한민국도 우크라이나와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힘내세요"라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후 A씨는 직접 구호물품에 붙일 안내문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있고 대한민국도 우크라이나와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힘내세요”라는 뜻의 문구를 적었습니다.

그는 “정말 꿈같은 일”이라며 “전쟁 피란민을 돕는다는 게 살면서 겪어볼 일인가 싶은데 일어난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지만”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의 결정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응원의 연락을 해오자 “일면식도 없고 연대관계도 없는 분들이 이렇게 제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도 꿈만 같은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폴란드에 거주 중인 교민 A씨가 지난 5~6일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마스크 1800장 등 구호물품을 전달한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사진은 A씨가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5일(현지시간)에 출발한 A씨는 다음 날인 6일 새벽쯤 난민캠프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난민캠프에 도착해 구호물품을 전달한 내용을 이날 ‘우크라이나 난민캠프로 출발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추가 글로 소개했습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도착한 A씨는 “난민들이 영하의 추위에 벌벌 떨고 아이들은 울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사진과 함께 설명했습니다.

그는 “(국경에 비하면) 난민캠프는 호텔 수준이고, 캠프 수용인원이 부족하자 폴란드 정부에서 버스로 사람들을 태워 다른 캠프로 이동시켜 주는데 밀려오는 난민을 받아주기엔 버스가 턱없이 모자라다”며 사진을 통해 현지 상황을 알렸습니다.

날이 밝자 인근 마트에 들른 A씨는 “아기들이 많이 보였다”며 아기 기저귀, 물티슈, 우유를 데울 수 있는 커피포트, 우유, 빵, 물, 담요, 초콜릿 등 생존을 위한 필수품을 사들였습니다.

폴란드에 거주 중인 교민 A씨가 지난 5~6일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마스크 1800장 등 구호물품을 전달한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기 위한 구호물품을 카트에 실은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후 난민캠프에 구호물품을 다 전달한 A씨는 그를 응원해준 누리꾼들에게 “응원 진짜 감사하다. 응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며 “오늘 아주 알차고 보람되고 행복한 하루였다”고 말했습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진정한 영웅이다”라며 A씨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여러 누리꾼은 그의 선행을 두고 “이런 게 국위 선양이다” “자랑스럽다” “응원합니다”는 등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