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반전 시위 1만3000명 체포…언론 통제 속 지지율 상승

입력 2022-03-07 08:19

러시아에서 반전 시위로 체포된 시민이 1만3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언론 통제로 상당수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실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 여론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러시아 내부에서는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했다.

인권감시단체 OVD-Info는 6일(현지시간) 하루 65개 도시에서 반전 시위에 참여한 464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이후 이날까지 147개 도시에서 1만3015명이 체포됐다.

단체는 “체포 과정에서 최소 30명 이상이 구타당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는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면서 곤봉을 휘두르거나 쓰러진 시민에게 발길질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앞서 러시아 내무부는 모스크바 1700명, 상트페테르부르크 750명, 기타 도시 1061명 등 약 35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 인사 나발니는 최근 “겁에 질려 침묵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되지 말자”며 러시아 시민에게 반전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옥중 성명을 발표했었다.

러시아 정부는 강압적 시민 통제 수단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VD-Info는 “모스크바의 브라티보 경찰서에서 수감자들은 병으로 얼굴과 머리를 맞았다. 경찰이 발로 차고, 머리카락을 잡아끄는 등 고문을 했다는 보고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브라티보 경찰서 등 일부 경찰서에는 변호사가 수감자를 만나는 것도 금지돼 있다고 한다.

단체는 또 경찰이 시위 참가자 색출에 나서며 휴대전화를 강제 검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단체는 “모스크바 중심부에서 행인들 전화에 시위 영상이 있는지 검색하고 있다.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거부하면 경찰이 행정적 책임을 묻겠다고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마리아 쿠즈네초바 OVD-Info 대변인은 “(정부가) 나사를 조이고 있다. 우리는 검열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통제도 심각하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보도하는 러시아 독립 언론 매체 웹사이트의 접근을 차단했다. AFP 통신은 전날 러시아에서 마지막 남은 독립언론사 미디어조나가 당국 검열로 보도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조나는 성명에서 “러시아 당국이 당사 보도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직하게 취재하고 침공을 침공이라고, 전쟁을 전쟁이라고 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가짜 뉴스’를 퍼트리면 최대 15년형을 내리는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가디언은 “사실상 크렘링의 주장과 반하는 내용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러시아에 사는 가족들로부터 당혹스러운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러시아 군인이 무고한 사람을 폭격한 사실을 믿지 않거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믿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미샤 카시우린은 러시아에 사는 부친에 러시아군의 무차별 민간인 폭격 사실을 전달했다. 그러나 부친은 카시우린에게 “그들은 나치”라며 푸틴 대통령의 ‘탈나치화’를 위한 특별군사작전 견해를 언급했고, “러시아군은 사람들을 돕고 있다. 따뜻한 옷과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VTsIOM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70%로 지난달 27일보다 6% 포인트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사회여론기금(FOM)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71%로 같은 기간 7% 포인트 상승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